[매경춘추] 봄날의 꿈

2023. 4. 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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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 처음으로 방문하면 누구나 에펠탑을 한 번쯤 보고 올 것이다. 에펠탑은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 때 프랑스 건축가 '귀스타브 에펠'의 꿈에 의해 건립됐다. 당초에는 일정 기간 존치한 후 해체할 계획이었던 에펠탑은 예상을 뒤엎는 인기에 이제는 프랑스 관광의 대명사이자 상징이 됐다.

호주 하면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국제공모 당선작인 오페라하우스는 덴마크인 건축가 '예른 웃손'의 꿈으로 1973년 완공됐다. 그 아름다운 자태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건축물이 됐다. 오래전 시드니에 갔을 때 오페라하우스를 보면서 당장 부산이나 인천에 옮겨놓고 싶었다.

둘 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면서 각 나라의 대표 아이콘이다. 사람들이 그랜드캐니언, 이구아수나 나이아가라 폭포, 알프스나 히말라야의 대자연에만 매료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만들어낸 인공의 구조물인 에펠탑과 오페라하우스에도 열광한다.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에 대관람차 '서울링'을 세우고 노들섬은 '예술섬'으로 만드는 한강르네상스 추진 뉴스가 있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의 에펠탑과 오페라하우스의 꿈은 어떨까? 아니 에펠탑과 오페라하우스와는 전혀 다른 것을 만들면 좋겠다.

한반도에 그랜드캐니언이나 알프스 같은 거대한 자연을 새로 만들 수는 없지만, 상상력과 노력으로 그 무언가 구조물을 만드는 일은 우리도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서울만 하더라도 남대문,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북촌, 인사동, 강남 번화가, 광장시장, 롯데월드, 남산서울타워, 한강유람선, 국립중앙박물관, 남대문시장 등 외국인 여행자에게 보여줄 곳이 아주 많다. 그런데 여기에 금상첨화가 될 무언가 하나가 더 있으면 좋겠다.

장소는 서울이든 인천, 광주, 대구, 울산, 부산, 전국 어디든지 좋다.

에펠탑을 프랑스 파리가 아니라 서울에서 판문점 가는 길목 어딘가에 지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상상해 본 적이 있다. 보안상 어려움이 있겠지만, 세계 각국 사람들이 항상 들락날락하는 관광 명소가 됐다면 북한도 더 이상 전쟁을 꿈꾸기가 어려워지지 않았을까?

K팝, K드라마에 이어 K건축을 보고 싶다. 이제 그때가 됐다.

이런 걸작들은 아파트를 재건축하듯이 뚝딱 지어낸 것이 아니다. 에펠탑은 건설할 당시에는 파리의 경관을 해친다며 말도 못할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공모에서 완공까지 무려 18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급할 것 없다!

시공은 차근차근하기로 하고, 우선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설계 아이디어 공모를 시작하면 어떨까? 쓰라린 전쟁을 겪은 분단국가에서 '세계 평화를 위한 건축물'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출품도 심사도 세계인이 함께하도록 한다. 에펠탑과 오페라하우스보다 더 독창적인 랜드마크를 찾을 때까지 10년이라도 해보는 거다. 이런 시도 자체가 K방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봄날의 꿈을 꾼다.

[장동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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