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채권시장 교란하는 한전채 발행 급증 막으려면 전기요금 올려야
한국전력은 올 들어 회사채(한전채)를 8조5000억원어치 발행했다. 국내 전체 회사채 발행액의 절반에 육박한다. 한전채 발행이 급증한 것은 생산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전기를 파는 역마진 구조 탓이다. 쌓이는 적자를 메우고 경영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한전채 발행은 불가피하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한전채 발행 물량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전채가 과도하게 채권시장에 풀리면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신용도가 낮은 일부 기업은 회사채를 발행해도 자금줄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작년에도 한전채 발행이 급증하며 국내 채권시장은 큰 혼란을 겪었다. 지난해 한전채 발행액은 37조2000억원에 달했다. 2020년의 12배, 2021년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이 중 35조원을 국내에서 발행했는데 이는 전체 회사채 발행액의 45%에 이른다. 설상가상으로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은 급속히 얼어붙었다. 금리가 치솟았고 많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석유와 가스 등 연료비는 급등하는데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부작용은 채권시장 교란만이 아니다. 최악의 경우 전력산업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력산업은 한전이 설비를 구축하고 장기간에 걸쳐 투자금을 회수하는 특성이 있다. 제때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한전이 수익을 내지 못하면 투자에 필요한 자금도 한전채 발행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 현재 한전채 발행 잔액은 76조2000억원이다. 발행 한도의 기준이 되는 한전의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친 금액은 20조9000억원이다. 지난해 한전법을 개정해 발행 한도를 2배에서 최대 6배로 확대해 아직 여유는 있다. 하지만 전기요금을 동결하거나 찔끔 인상하는 데 그친다면 발행 잔액은 급속히 증가할 것이다. 이런 파행을 막는 유일한 길은 전기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다. 국민 부담이 커지는 만큼 한전도 뼈를 깎는 자구 노력으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임신중 갑자기 들이닥친 시어머니”…양손 물건 보고 며느리 ‘그만’ - 매일경제
- “마을 남자들이 나를”…50만 구독자 ‘시골살이’ 일본女 충격고백 - 매일경제
- “이 고춧가루 샀다면 당장 반품하세요”…식약처 당부한 이유는? - 매일경제
- 한번에 44억 ‘껑충’…시장 침체에도 70억에 팔린 이 아파트 - 매일경제
- 백수 처남에 몰래 월 50만원 준 아내…따졌더니 도리어 ‘버럭’ - 매일경제
- “2차전지 이젠 골라 담는다”...초고수 매수 나선 종목은 ? - 매일경제
- 아파트 주차장에 보트 2대 버젓이…“어떻게 해야할까요” - 매일경제
- “자고 일어나니 1억 뛰었다”...미분양 아파트값도 끌어올린 ‘반세권’ - 매일경제
- 복권 당첨된 여성, 이혼 결심 ‘2배 급증’...그럼 남성이 타면? - 매일경제
- 유럽클럽랭킹 1위 한국인 입단, 김민재가 이룰까?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