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이 간다] "관악구, 서울의 실리콘밸리로 만들 것"
고시생 떠난 신림 고시촌 일대
서울대 손잡고 벤처타운 조성
2026년까지 1000개 기업 유치
관악구 내 1인가구가 61%
맞춤형 지원에 306억 투입
"서울 관악구가 강남 테헤란밸리와 구로G밸리 사이에 끼여 잠자는 베드타운에만 머무를 수 없다. 관악S밸리에 2026년까지 창업 인프라스트럭처 25개소를 확충하고 우수 벤처·창업기업 1000개소를 유치하겠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이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관악구를 '서울의 실리콘밸리'로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 구청장은 "이미 관악S밸리에 370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며 "관악을 벤처 창업 요람으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관악구는 관악S밸리 정책을 지원하고 관내 중소·벤처기업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 진흥 전문기관인 '관악 중소벤처진흥원'을 설립할 계획이다.
관악S밸리 구상은 사법시험 폐지로 청년들이 떠난 신림동 고시촌 일대를 벤처타운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박 구청장은 "서울대가 있는 관악구야말로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조성하는 데 최적지"라고 밝혔다.
서울대는 올해 낙성대역 인근에 20개 창업 공간과 실험실 등이 마련된 '창업 HERE-RO 1'을 조성하고, 서울대연구공원 943동을 리모델링해 바이오 실험실, 인공지능(AI) 등 특화시설을 갖춘 53개 창업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관악구는 서울대와의 협력으로 구민의 교육 복지 향상에도 힘쓰고 있다. 서울대 학생이 멘토로 나서 관악구 고등학생에게 진학 지도를 해주는 서울대 멘토링이 대표 프로그램이다. 박 구청장은 "처음에는 사범대 학생만 했는데, 다른 과 학생도 나서고 있어 더욱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관악구는 청년 인구 비율이 41%에 달한다. 관악구는 전체 28만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이 61%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 중 상당수가 청년층이다. 이 때문에 박 구청장은 첫 당선인 민선 7기 출범 이후 관악구에 '청년정책과'를 신설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에서 유일하게 청년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다. 이어 작년 11월에는 행정조직 개편으로 '청년문화국'을 새로 설립했다. 박 구청장은 "급격히 증가하는 1인 가구를 지원하고자 2022년부터 종합계획을 수립해 2024년까지 총 306억원 규모의 맞춤형 지원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구청장은 소상공인 지원대책과 골목상권 살리기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구청장이 직접 나서 신림동 순대타운 상인들이 선정한 특성화 상품인 막걸리를 홍보하기도 했다. 해당 막걸리는 '마크 홀리 별빛 신사리 7.0'다. 가상 인물인 미국인 마크 홀리(Mark Holy)가 우연히 관악구 별빛 신사리에 방문해 매료된 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막걸리를 내놓았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관악구는 순대타운을 비롯해 샤로수길 같은 특화거리 10개를 조성할 계획이다.
박 구청장은 아이들에게 '강감찬 구청장'으로 불린다. 지역 영웅인 강감찬 마케팅에 진심이라 그렇게 불리는 것이다. 박 구청장은 "구를 통과하는 남부순환도로는 강감찬대로라는 명예이름을 붙였고, 낙성대역도 강감찬역으로 병기했다"며 "생가터를 복원하고 강감찬 역사 탐방코스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관악구는 도림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별빛내린천'이라는 브랜드 이름을 정하고 하천 복원과 친수경관 조성 등 다양한 특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별빛내린천도 강감찬 장군과 관련이 있다. 구민들이 강감찬 장군의 탄생 설화를 따라 별빛내린천이라고 하자고 한 제안을 구가 받아들였다. 박 구청장은 "문화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문화라고 생각한다"며 "관악구는 역사문화 속에서는 강감찬 장군이 태어난 곳이다. 구민들도 '강감찬 부심(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권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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