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 ‘노조 옥죄기’ 법안 발의에 총력
국민의힘 지도부가 노동조합 활동을 옥죄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양대 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이 조합비로 운영되는 일반회계자료를 고용노동부에 제출 거부한 일을 계기로 만들어진 이번 법안에는 당 지도부가 모두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노조 규제가 사실상 국민의힘 당론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노조의 회계장부 공개를 의무화하고 사용자에 대한 쟁의행위를 제약한 이 법안에는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대출 정책위의장, 장동혁 원내대변인,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거 이름을 올렸다.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과 원내대표 후보인 김학용 의원도 가세했다. 이번 법안이 사실상 국민의힘 당론에 준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개정안에는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조합원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회계감사원의 확인을 거쳐 제14조 제1항 제5호에 따른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열람하게 해야 한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노동조합 및 산하조직으로서 조합원 2분의 1 이상이 운영공시를 요구하는 경우 노동조합 및 산하조직은 운영공시를 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폭행·협박 등으로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등의 내용이 신설됐다.
이번 개정안은 김 대표의 2호 법안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 9일 취임한 이후 1호 법안으로 에너지 소외계층의 에너지 바우처(이용권) 편의를 개선하기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 노조법 개정안은 김 대표 취임 초기부터 당정협의를 통해 논의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지난달 13일 취임 후 첫 당정협의회로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 관련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사회적 과비용을 초래하는 (노조) 회계 불투명성은 개혁의 첫 번째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성일종 전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조합원 수의 2분의 1 이상이 공시시스템을 통해 회계 공시를 노조에 요구하는 경우 반드시 공시를 의무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은 정부의 ‘노조 옥죄기’ 드라이브의 연장선에서 만들어졌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가 회의록과 조합원 명부, 회계자료 등에 대해 표지와 내지까지 제출 요구한 것에 대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법률상 근거가 없는 월권” “노조 자주성 침해”라고 반발하자 노동부는 지난달 14일 재정 장부·서류 증빙자료(표지 1쪽, 내지 1쪽)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 86곳에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양대노총은 노동조합 내부 회계자료를 정부에 제출하라는 것은 자주성 침해이자 과도한 행정행위라는 이유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상태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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