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예술활동 통해 더 나은 민주주의 토대 되도록 노력"
"제주민예총, 금기시된 4.3 알리기 위해 94년 제주 예술인 중심으로 결성"
"당시 대본 뺏기고 유치장 구금되기도…4.3 알려야 하는 사명감으로 버텨"
"4.3 피해자 명예회복과 학살 주범인 박진경 대령 등 역사적 사실 밝혀야"
"제주민예총 4.3 예술운동 30년 기록전 4.3평화기념관 5월까지 열려"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방송일시 : 2023년 4월 4일(화) 오후 5시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
◇박혜진> 4.3 75주년을 맞아서 지역 문화예술계가 도내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로 4.3의 의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특히 4.3 예술운동을 30년간 펼쳐온 제주 민예총이 그간의 예술운동 30년 성과를 집대성했는데요. 오늘은 제주민예총 김동현 이사장을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이사장님 안녕하세요.
◆김동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박혜진> 과거 4.3은 제주에서 금기시됐던 단어였어요. 4.3의 침묵을 깬 것은 예술이었고 이에 제주민예총이 역사적으로 함께 했는데 당시 상황을 말씀해 주시죠.
◆김동현> 제주민예총은 94년 2월에 결성이 됐습니다. 제주 지역에서 진보적 문화예술을 하고 있는 분들이 모여서 제주4.3의 진실을 알리고 싶다고 의기가 투합이 됐고 거기에는 제주의 역사와 제주의 문화를 제주의 손으로 제주의 시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죠.
30년 전만 하더라도 4.3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게 쉽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지금보다도 이데올로기적인 편견이 강했던 시절이었고요. 유족분들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현기영 선생이 순이삼촌에서 썼지만 억울한 죽음들을 진혼하자라고 하는 의미조차도 그 울음조차도 제대로 울 수 없었던 시절이었거든요.
선배 예술가들과 같이 했던 분들이 유족들의 울음을 예술의 이름으로 대신 울어주자라고 하는 마음에서 정말 소박하게 출발했는데 어느덧 30년이 됐고 초창기에 하셨던 분들은 이제 다 원로가 되셨구요. 젊은 세대들이 그 선배들의 뜻을 이어서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당시 민예총에서도 4.3을 예술활동으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김동현> 그렇죠. 그런데 용기를 준 선배분들도 계셨죠. 일본에 있는 김석범 선생님 같은 경우는 1957년에 <까마귀의 죽음>을 쓰면서 일본에서 4.3 진실에 목소리를 높였고요. 1978년도 현기영 <순이삼촌> 그리고 강요배 선생의 4.3과 관련된 연작 그림들.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에 제주 지역에서 활동을 하던 청년 대학생들, 미술가, 음악가, 문학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제주 4.3을 알리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죠.
공동 창작도 많이 했기 때문에 시와 소설, 마당극으로 많은 분들에게 4.3을 알려야겠다라고 했는데 쉽지 않았던 적도 물론 있었습니다. 심지어 작품의 대본을 빼앗긴 적도 있고요. 공연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유치장에 구금됐던 선배들도 있고 그래서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그래도 해야 될 일이었고 누군가는 말해야 될 일이 아니겠습니까. 4.3이라는 걸 알려야겠다고 하는 일종의 사명감 하나로 버텼던 시절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박혜진> 30년간 4.3을 알리는 데 앞장서 온 제주민예총의 성과와 의미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김동현> 일단은 심연 속에 침묵으로만 간직됐던 제주 4.3이 예술을 통해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것들 예술가들만의 노력은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4.3 진상규명 운동 과정 속에서 예술가들도 소위 때로는 붓을 던지고 때로는 악기를 던지고 거리로 나섰던 적도 있거든요.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 힘을 보태서 제주 4.3이 이만큼까지 오게 된 것에 대해서는 예술가로서 또는 4.3에 대한 진실을 알리겠다고 했던 단체 입장에서는 도움이 된 게 아닌가 스스로 자평도 해봅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도 가야 될 길이 좀 멀구나라는 생각도 좀 해봅니다.
◇박혜진> 아직 갈 길이 멀다하는 부분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김동현> 일단은 국가폭력에 대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제일 먼저 진실에 대한 진상 규명이 이루어졌어야 되고요. 지금 국가 차원에서 진상조사 보고서가 만들어지고 있고 추가 진상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 조치가 이루어져야 되죠. 또 하나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입니다. 그런데 지금 가해자들 처벌할 수 있는 사람이 없죠.
당시 말단에서 일했던 사람들보다 당시 지휘체계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름은 진상조사를 통해서 밝혀진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거의 다 국립현충원에 안장이 돼 있으시고요. 대표적인 인물이 박진경 대령 같은 경우는 4.3 초기 학살의 주범이죠. 여전히 박진경을 호국 영령이라고 추앙하는 분들도 계시고 박진경 대령의 비석도 제주도에 있잖아요.
역사의 진실을 제대로 밝혀야 된다면 그들에게 서훈을 취소하는 작업까지는 앞으로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하더라도 제주 4.3 토벌 작전에서 어떤 일을 했고 그것으로 인해서 제주도민들이 어떻게 희생을 당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은 역사적 사실들은 분명히 밝혀져야 된다. 그래서 과거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겠다. 그게 역사로부터 배우는 교훈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혜진> 지금 4.3 평화기념관에서 제주민예총 4.3 예술운동 30년 기록전-심연의 숨, 바람의 지문 전시를 볼 수 있는데 제목 자체가 깊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게 느껴져요.
◆김동현> 심연에 묻혀 있었던 기억을 끄집어내는 작업들 그리고 바람의 지문이라는 건 좀 이중적인 의미이기도 합니다. 제주가 바람이 많은 고향이기도 하고 그 바람은 역사의 바람이기 하고 격랑의 바람이기도 하고 역사의 진실을 원했던 우리들의 바람이기도 하죠. 어찌 보면 우리들이 했던 모든 흔적들 우리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제주도민들이 함께 진실을 외쳤던 그 목소리들이 지금의 4.3 지문을 만들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 것들을 모아봤는데 김석범 선생이나 현기영 선생 그러니까 제주민예총이 결성되기 이전에도 제주 4.3을 예술적인 노력으로 표현하려고 많은 분들이 애쓰셨고 그런 부분들을 일종의 예술운동의 전사로서 보여드리고 싶었고요.
제주민예총 성격상 예술단체로서의 활동도 굉장히 컸거든요. 같이 모여서 문학과 그림, 예술적인 퍼포먼스로 4.3의 진실을 알렸던 부분들도 있어서 그런 부분들을 볼 수 있는 전시도 마련했고요. 또 하나는 어떤 시기나 국면마다 아쉬웠던 부분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 아쉬움을 어떻게 하면 앞으로 4.3이 100년동안 우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기 위해서 뭘 해야 될까라고 질문들을 던지는 것으로 마지막 전시구간을 만들었습니다.
총 3부로 구성이 돼 있는데 4.3평화재단 기획전시실에서 하고 있으니까 많이들 와서 봐주시고 예술가들에게 그동안 애썼다 말 한마디 해 주시면 저희들로서는 큰 기쁨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혜진> 4.3 전야제 때 창작 뮤지컬 사월 The great the april 쇼케이스 공연이 있었는데 굉장히 큰 관심을 받았어요. 이사장님께서 직접 기획하시고 글도 쓰셨다고 들었어요.
◆김동현> 제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서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터무니 없는 개런티에도 불구하고 4.3 예술의 뜻을 같이 하고자 하는 많은 예술가들이 힘을 모아주셔서 이런 공연을 펼칠 수 있었고요. 무엇보다도 봐주신 분들이 잘 봤다. 좋다라고 말씀해 주시니까 그것만큼 기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많은 분들이 기뻐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박혜진> 제주민예총이 과거 30년 동안 4.3을 알리기 위해 오셨던 것처럼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된다고 보세요.
◆김동현> 일단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요. 4.3의 죽음만 기억하고 슬픔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4.3이 갖고 있는 다양한 국면들 당연히 해방 공간에서 우리의 손으로 우리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는 민주공화정이 요구하는 시민적 저항권 그런 부분들 그리고 비극의 역사를 평화와 인권 없는 역사로 만들어온 그 자랑스러운 역사 이런 것들도 함께 기억할 수 있도록 4.3을 기억할 때 우리가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의 삶을 보다 좋은 삶으로 우리의 민주주의를 더 좋은 민주주의로 만들 수 있는 어떤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예술가들도 많이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박혜진> 제주민예총 김동현 이사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김동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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