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부동산PF 부실 우려 지속…"브릿지론 약한 고리"

CBS노컷뉴스 박성완 기자 2023. 4. 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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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론 만기 연장 사례 누적 우려
올해 만기 도래 시점 몰려 있어
"연장 시 금리 뛰어 사업성 악화"
사진은 2일 서울의 한 저축은행 앞. 연합뉴스



경기도 지역에 생활형 숙박시설 짓는 사업에 다수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8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브릿지론' 대출을 실행했지만, 작년 7월 연체가 발생했다. 브릿지론은 토지 매입‧인허가 비용 등에 투입되는 대출이다. 해당 대출은 만기 연장이 이뤄지지 못했고, 결국 최근 토지 공매가 이뤄졌지만 낙찰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대주단의 손실이 1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했다.
 
제 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본PF대출(인허가 이후 시공‧개발에 투입) 이전에 이뤄지는 브릿지론이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착공 지연에 고금리에 따른 사업성 저하 상황까지 겹치다 보니 이 대출의 만기 연장 사례가 늘어나 금융권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브릿지론 만기 시점 올해 집중…연장 시 사업성 악화"


6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의 '저축은행 부동산금융 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보면, 업계 20위권 내외 상위권 저축은행 9개사의 부동산 본PF 대출과 브릿지론 합산액은 작년 9월말 기준 5조 2천억 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비중은 197%에 달한다. 브릿지론이 2조 9천억 원으로 본PF 대출보다 많다.
은행 대출 창구. 연합뉴스


금융권에선 대출 자산 건전성을 위험성이 낮은 순서대로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한다. 고정 이하면 부실채권, 요주의면 잠재 부실 위험 채권으로 본다. 분석 대상 9개 저축은행들의 브릿지론 가운데 고정 이하 단계로 분류된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2%다. 다만 요주의 분류 채권까지 포함하면 비중은 23.7%에 달한다. 본PF의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브릿지론을 중심으로 만기 연장 사례가 누적되면서 부실채권 규모가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해당 9개 저축은행의 브릿지론 가운데 1회 이상 만기가 연장된 경우는 잔액 기준 25%에 달했다. 15%인 본PF 연장분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2회 이상 만기가 연장된 경우는 각각 7.4%, 4.2%였다. 곽수연 한신평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브릿지론의 만기 연장비율이 높은 이유는 본PF보다 만기가 짧고, 본PF 전환이 실질적으로 중단됨에 따라 만기 도래 여신 대부분에서 만기 연장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브릿지론의 만기 시점은 올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브릿지론 잔액의 21.5%가 올해 말까지 2회 이상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추산됐는데, 연장이 이뤄질 경우 차주 입장에선 금리가 예년의 2배 수준인 연 10~13% 수준으로 뛰어 부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주요 우려 사항이다. 곽 선임연구원은 "올해까지도 여전히 본PF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브릿지론의 만기 연장 비중은 당분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브릿지론의 경우 만기 연장이 3회 이상되면, 사업성이 크게 악화돼 기존 사업구조 상에서는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한신평은 저축은행들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뜻하는 BIS자기자본비율 평균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쳐도 11.4~12.7%로 나타났다며 위기 시 자본을 통한 손실 완충력이 일정 수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캐피탈이나 증권 업계 대비 부동산 금융 관련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는 만큼 구조적인 안정성도 양호하다고 밝혔다. 다만 곽 선임연구원은 "(분석 대상이 아닌) 지방 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자본 완충력이 높지 않아 일부 사업장의 부도 발생에도 자본 비율이 크게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피탈사도 브릿지론 부담 높은 업체 주시해야"


아파트. 황진환 기자

저축은행 뿐 아니라 부동산 호황기에 관련 금융 자산을 확대해 온 캐피탈사들의 주요 리스크로도 '브릿지론'이 꼽힌다. 한신평은 신용등급 AA-급 13개사와 상대적으로 등급이 낮은 A급 이하 13개 캐피탈사의 부동산 금융 자산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작년 9월말 기준 이들 26개사의 브릿지론 합산액은 약 9조 원으로, 전체 부동산 금융 자산 28.6조 원의 약 30%를 차지했다. 해당 브릿지론의 88%는 올해 만기가 도래한다. 담보 가치 대비 대출 비율인 LTV가 80% 이상인 브릿지론의 비중도 전체 브릿지론의 39%에 달한다.

오유나 한신평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브릿지론이 본PF로 전환되지 않을 경우 담보 물건인 토지를 매각해 대출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시점에 따른 차이가 존재하나 국내 대지 월별 낙찰가율을 평균 80% 내외로 가정할 때, LTV가 80% 이상인 브릿지론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내재한다"고 밝혔다.

대출 변제 순위 분석 결과 캐피탈사의 브릿지론 가운데 58%는 선순위였지만, 나머지 42%는 중‧후순위 물량이었다. 대출 변제 순위란 사업장에서 부실이 발생했을 경우 잔여 재산 회수 가능성을 판단하는 요소로, 선순위가 중‧후순위 대비 우선 회수 권한을 갖는다.

이런 종합 분석을 토대로 오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침체 및 자금 경색이 작년 4분기부터 가시화됐고, 금융감독원이 부동산PF 사업장에 대한 요주의 분류 기준을 강화하고 있어 올해 1분기부터는 요주의이하자산비율을 중심으로 캐피탈사들의 자산건전성 저하가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상황 악화를 가정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오케이캐피탈, 한국투자캐피탈, DB캐피탈의 잠재위험자산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향후 각 업체별 부동산 금융 자산의 관리 현황과 부동산 리스크 확대에 대응한 계획 이행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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