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2023. 4. 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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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대전환기 10년간
계속 MS 물먹였던 구글
챗GPT에 일격 당했지만
숨은 기술이랄 게 없기에
재역전 얼마든지 가능

딥러닝의 상징적 인물인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는 2012년 말에 사원이 3명인 회사를 설립하고는 회사를 경매에 부쳤다. 말이 회사를 파는 것이지, 힌턴 자신을 파는 경매였다. 구글, 딥마인드, 마이크로소프트, 바이두가 입찰에 참가했고 구글이 4400만달러에 힌턴을 차지했다. 구글은 앞서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를 영입해 인공지능(AI) 연구소를 설립했다. 자신들이 스타트업인 상태에서 힌턴을 사려고 입찰에 참가한 데미스 허사비스의 딥마인드도 1년 후 구글에 6억5000만달러에 인수된다.

AI의 대전환기인 지난 10여 년 동안 구글은 줄곧 그 중심에 있었다. 구글에 인수된 딥마인드는 알파고로 파란을 일으키더니, 알파폴드1·2 시리즈로 천년의 도전이라던 단백질 3차원 구조를 정확도 40% 선에서 88%대로 끌어올리며 거의 정복해 버린다. 챗GPT와 알파폴드2 핵심 기술이 트랜스포머 어텐션인데, 이 기술도 2017년 구글 브레인에서 나왔다. 2012년 이후 딥러닝 시대가 열렸고, 2017년 이후 딥러닝의 중심은 트랜스포머 어텐션으로 넘어왔다.

페이스북은 딥러닝 열풍의 초반을 이끈 중심 기술 CNN을 처음 만든 사람이자 후에 튜링상을 수상하는 얀 르쾽을 2013년 영입한다. 바이두는 구글에서 나와 코세라를 창업한 응을 영입한다. 딥러닝 전문가들이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같은 몸값으로 스카우트되기 시작하던 시기에 마이크로소프트는 AI의 상징적 인물을 한 사람도 확보하지 못했다. 뒤늦게 몬트리올대 교수이자 후에 튜링상을 수상하는 요슈아 벤지오를 영입하려 했으나 거절당한다. 그 대신 벤지오가 자문을 맡고 있던 말루바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우회적 접근으로 벤지오의 자문 역할을 얻는다.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사인 오픈AI는 2020년 언어 모델 GPT3를 발표한다. 구글은 2022년 GPT3를 압도하는 PaLM을 발표한다. 오픈AI는 2023년 PaLM보다 수준은 좀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GPT3.5에 기반한 챗GPT 공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난리가 났다. 기존 오픈AI에 투자하고 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10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한다. 딥러닝 혁명기에 40년 전 마빈 민스키의 신경망 한계론으로 세미나를 망치는 핵심 인물이 있을 정도로 분위기 정돈이 되어 있지 않던 마이크로소프트다.

구글은 기가 막힐 노릇이다. AI의 대전환기 10년 동안 줄곧 선두에 있었는데 갑자기 마이크로소프트 계열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한 수 위라고 여기던 구글은 서둘러 바드를 공개하려다 잘못된 대답으로 스텝이 꼬인다. 이래저래 억울한 상황이다. 잘못된 대답은 현재의 언어 모델에서 숙명적인 것이다. 대답이 옳은지를 판단하지 않는다. 최근의 문맥과 가장 어울리는 출력을 내는 시스템일 뿐이다. 문장으로 보면 최근의 대화와 아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닌 경우가 잦다. 챗GPT에 특정 주제의 논문을 좀 알려달라고 하면 있지도 않은 논문을 5개 소개하기도 한다. 질문과 어울리는 논문 제목과 저자 이름을 만들어서 대답한다. '자연스러운' 생성을 주목표로 하는 시스템의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거짓말을 할 때는 능청스럽다.

'상업적' AI 대전의 서막이 올랐다. 일단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선을 잡았다. 숨은 기술이 별로 없어 플랫폼으로 장악하기 전에는 단시간에 전세가 뒤집힐 수 있다. 구글이 어떻게든 놀라움을 한번 줄 것이라 본다. 필자의 전공인 알고리즘 투자는 챗GPT에서 금기시된 주제 중 하나다. 완전히 비어 있는데 이런 방식을 그대로 써서는 한계가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초거대 시스템으로 경쟁할 수 없는 필자에게는 반가운 상황이다. 지난 몇 개월 이 새로운 기술을 비틀고 변형 적용하기 위해 수십 개의 모델을 만들고 지웠다.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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