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마약 음료’ 조직범죄 가능성에 수사 초점…윤 대통령 “수사 역량 총동원” 지시

서울 대치동 인근에서 ‘기억력이 좋아지는 음료수’라며 마약이 든 액체를 고등학생에게 건넨 혐의를 받는 용의자 2인. 서울 강남경찰서 제공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마약 음료수’를 건넨 일당 중 한 명이 6일 경찰에 추가로 자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 역량을 총동원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경찰은 사건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넘겨 집중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조직범죄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20대 여성 A씨가 ‘시음 행사에서 음료를 나눠줬다’며 자수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 3일 오후 6시쯤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서 ‘기억력 상승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를 개발했다’며 지나가는 고등학생을 상대로 음료 시음 행사를 연 4명 중 1명이다. ‘메가 ADHD’라는 상표가 붙은 음료에는 마약류 성분인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성분이 들어 있었다.

이들은 “구매 의향을 조사하는 데 필요하다”며 부모의 전화 번호를 받아갔다. 피해 부모들은 “협조하지 않으면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다고 신고하겠다”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

용의자들이 3일 대치동 학원가 인근에서 나눠준 마약 음료수. 서울 강남경찰서 제공

40대 여성 A씨가 전날 새벽 서울 동대문구에서 검거됐고, 20대 남성 B씨도 같은 날 오전 언론 보도를 보고 경찰에 자수했다. 피의자들은 “마약 성분이 들어있는 줄 몰랐다”며 “인터넷에서 아르바이트인 줄 알고 지원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음료를 나눠준 4명 가운데 아직 검거되지 않은 피의자 1명을 쫓고 있다. 또 학부모 협박을 계획한 주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배후를 추적 중이다. 경찰은 음료를 나눠준 이들 외에 마약 조달, 음료 제조, 시음 행사 실행 등에 가담한 이들이 벌인 조직적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범행 전반을 총괄하는 ‘윗선’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압수품을 분석하는 등 신속히 수사해 사건의 실체를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마약 음료 사건을 두고 “검·경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마약의 유통, 판매 조직을 뿌리 뽑고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보도를 접하고 “마약이 고등학생들에게까지 스며든 충격적인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경찰은 마약류 범죄 단속과 학교전담 경찰관(SPO)을 통한 범죄 예방활동 강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우선 서울 시내 전역의 초·중·고등학교와 학부모 83만명을 대상으로 이번 범죄 양상을 알리고 강남구 대치동 등 학원 밀집지역에서 집중 순찰을 벌이기로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