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설화에 흔들리는 與…기강잡기 나선 김기현
김기현 "총선 장애 요인 되면 책임 묻겠다"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국민의힘이 당 주요 인사들의 잇단 설화(舌禍)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일부 최고위원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논란으로 직결되면서다. 김기현 대표는 향후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한 인사에 대해 '공천 불이익' 등 제재를 시사하며 기강잡기에 나섰다.
김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불미스러운 잡음으로 인해 우리 당 개혁 의지가 퇴색되는 것 같아 당대표로서 국민과 당원들께 송구스럽다"며 "당을 이끌어가는 주요 구성원들이 국민과 당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하는 일이 최근 빈발하고 있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시각 이후 당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당을 부끄럽게 만드는 언행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당대표에게 주어진 권한을 보다 엄격하게 행사하겠다"고 했다. 이어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사람에게는 차후 자격 평가 시 벌점을 매기겠다"며 "총선 승리의 장애 요인이 되면 누구든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천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다.
김 대표가 언급한 '불미스러운 잡음', '당을 이끌어가는 구성원'이란 최근 불거진 김재원·조수진 최고위원 등의 실언 논란을 의미한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12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주관 예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부정하는 취지의 발언, 25일(현지시각) 미국의 한인 보수단체 강연회에서 전 목사에 대해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했다", 지난 4일에는 한 방송에서 "제주 4·3 기념일은 (3·1절, 광복절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자초했다.
3·8 전당대회 이후 3차례 연속 물의를 빚은 김 최고위원은 향후 한 달 동안 최고위원회의 참석·언론 출연 금지 처분을 받았다.
김기현 지도부 '1호 특별위원회'인 민생119특위 위원장인 조수진 최고위원도 전날(5일) 한 방송에서 당이 반대하는 양곡관리법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를 언급해 야당의 조롱 대상이 됐다.
조 최고위원은 "여성 분들의 경우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밥을 잘 먹지 않는 분이 많다. 그러나 다른 식품과 비교하면 오히려 (쌀이) 칼로리가 더 낮지 않나"라며 "그런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간다든가 어떤 국민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보다 앞서 태영호 최고위원도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주 4·3은 북한 김일성 지시로 촉발됐다"고 언급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총선을 치러야 하는 당 지도부가 야당에게 불필요한 공세 여지를 주는 상황에서 경고 외 별다른 제재가 없었던 만큼 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이러한 논란이 결국 당대표 책임론으로 이어지면서 출범 한 달 만에 김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김 대표를 겨냥해 "당 지도부가 소신과 철학 없이 무기력하게 줏대 없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총선을 앞두고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며 "좌고우면하지 말고 소신과 결기, 강단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는 김 대표가 이날 최고위에서 강경한 어조로 당 구성원에게 '실언 자제령'을 내리며 기강잡기에 나선 배경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조속한 당 중앙윤리위원회 구성도 예고했다. 이양희 윤리위원장 등 기존 윤리위원들은 지난 4일 전원 사의를 표명했다. 당 관계자는 "이번 지도부는 자신이 당원투표로만 선출됐다는 것을 늘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민심과 유리된 말을 할 때마다 지지율은 쑥쑥 빠져나갈 것이고, 대통령께도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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