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청소' 비극의 르완다가 '여성에게 안전한 여행지'로 꼽힌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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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는 여성이 홀로 여행하기에 좋은 나라다. 성평등 국가이기 때문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이 꼽은 '여성 혼자 여행해도 안전한 나라 5곳'에 아프리카의 빈국 르완다가 포함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BBC에 따르면 르완다는 국회의원 중 여성 비율이 55%를 넘는 '의회 성평등 1위' 국가다.
가부장적 전통이 강한 아프리카에서 유독 르완다의 성평등이 도드라지는 건 2003년 헌법을 통해 국회의원과 장관, 각 부처·기관 등 공무원의 30%를 여성에 의무 할당한 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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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탓 남성 줄자 '성평등' 정책 도입
"여성은 가족의 심장" 권한 부여 계속
"르완다는 여성이 홀로 여행하기에 좋은 나라다. 성평등 국가이기 때문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이 꼽은 '여성 혼자 여행해도 안전한 나라 5곳'에 아프리카의 빈국 르완다가 포함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슬로베니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일본, 노르웨이가 선정된 데 대해선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반면, 르완다는 불과 30여 년 전 내전으로 최소 80만 명이 인종 청소를 당한 '비극의 땅'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르완다는 사실 '아프리카의 싱가포르'로 불리는 곳이다. 급성장한 경제와 깨끗한 거리, 빛나는 고층 빌딩과 물샐틈없는 치안을 자랑한다. 갤럽 조사에서도 '밤길을 걷기에 안전한 나라' 상위권을 차지했다. '여성의 안전'을 자신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국가 재건에 나선 여성들, 교육·복지에 '올인'
BBC에 따르면 르완다는 국회의원 중 여성 비율이 55%를 넘는 '의회 성평등 1위' 국가다.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율이 높은 데다, 초·중등학교 여학생 비율이 남학생을 앞지르는 등 교육 부문 성평등도 어느 정도 실현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P)이 발표한 '글로벌 성 격차 지수'에선 여성 인권 선진국 6위에도 올랐다. 1~5위는 아이슬란드와 핀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스웨덴 등 모두 서방 국가였다.
가부장적 전통이 강한 아프리카에서 유독 르완다의 성평등이 도드라지는 건 2003년 헌법을 통해 국회의원과 장관, 각 부처·기관 등 공무원의 30%를 여성에 의무 할당한 덕이 크다. 참혹한 내전을 겪은 뒤 르완다는 여성의 사회 진출을 전면에 내세웠다. 물론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2012년 BBC는 각 분야에 진출한 르완다 여성들을 조명하면서 "1994년 인종 학살로 너무 많은 남성이 살해당한 탓에 남겨진 여성들이 나서야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1996년 내전이 끝난 직후, 르완다 인구의 60~70%는 여성이었다.
그 이전만 해도 르완다 여성들은 교육은커녕, 직업도 가져 보지 못했다. 내전 탓에 모든 질서와 체계가 무너진 사회에서 권력을 잡게 된 여성들은 미래를 위한 교육·복지에 예산을 쏟아부었다. 9년의 의무 교육 제도는 물론, 아이에게 신발을 신기지 않는 부모를 처벌하는 등 세심한 정책도 도입했다. 그 결과, 르완다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 연평균 7%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성차별과 성범죄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성평등은 집 대문 앞까지만" 한계도
하지만 '아프리카의 성평등 모범국' 르완다에도 그늘은 있다. '여성 할당 정책'이라는 일종의 지름길을 거친 탓인지, '여성은 사회생활을 하더라도 집에선 전통적 여성상을 수행해야 한다'는 이중의 압박을 받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연구를 한 저스틴 우부자는 "르완다의 여성 정치인은 바깥에서 일하고, 집에서도 일상적인 가사 의무를 맡는다"고 미국 공영 라디오 NPR방송에 말했다. 가정폭력 비율도 높은 편이라 "르완다의 성평등은 (각 가정의) '대문 앞'까지만 도달했다"고 꼬집는 외신 평가도 나온다. 2003년부터 권좌를 지키며 성평등 정책을 주도한 카가메 대통령의 독재와 인권 탄압도 르완다 사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다만 르완다는 지금도 '성평등의 길'을 계속 걷고 있다. 최근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궁경부암을 퇴치해 나가고 있다. 해당 캠페인을 맡은 보건부 산하 르완다 센터의 프랑수아 우빈킨디는 "우리 문화에서는 여성을 가족의 심장으로 생각한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그는 "여성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일이 결과적으로 가족과 사회 전체에 권한을 주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안다"고 덧붙였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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