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예전부터 위험해보였다” 정자교 붕괴에 1기 신도시 주민들 ‘패닉’

성남=홍아름 기자 2023. 4. 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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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분당 정자교 붕괴로 2명 사상...인근 불정교·수내교도 통제
안전점검 양호...주민들 “예전부터 조짐”
전문가 의견 분분 “30년 된 신도시 부대시설 노후화”
어머니가 2년 전에 정자교에서 철골이 튀어나오고 보도블록이 울퉁불퉁한 걸 봤다고 했어요. 어느날 보도블록이 잘 정리되어 있어 괜찮구나 싶었는데 그 부분이 딱 무너진 걸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경기도 성남 분당에 거주하는 정가은(20)씨

6일 오전 경기도 성남 분당구 정자교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1993년에 준공된 정자교의 보행로가 하루 아침에 무너져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을 주민들은 단순한 교량 붕괴로 보지 않았다. 1990년대 초반 1기 신도시 입주와 비슷한 시기 건설된 시설물 전반의 안전성 여부를 재점검할 때가 왔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5일 보행로 붕괴 사고가 일어난 경기 성남시 분당 정자교의 6일 모습./홍아름 기자

◇ 안전점검 양호 판정에도 무너진 정자교... 주민들 “조짐 있었다”

이날 찾은 탄천 일대에는 봄바람을 즐기는 주민들 대신 통행금지를 알리는 팻말과 테이프, 현수막이 찬 바람에 나부꼈다. 비바람에 시야가 좋지 못했지만 통제선 너머로 정자교 일부가 붕괴되어 관이나 내부 콘크리트가 그대로 노출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다리에서 떨어진 잔해들은 주민들이 오갔을 탄천 산책로에 널브러져 있었다.

정자교에서 900m 떨어진 불정교와 1.7km 거리의 수내교도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불정교는 전날 오후 3시부터 차로와 보행로 모두를 통제하고 수내교는 보행로만 통제하고 있다. 수내교는 다리의 난간과 보행로가 얕은 파도처럼 울퉁불퉁했다. 불정교의 보행로는 난간 쪽으로 갈수록 아래로 기울어져 위험해 보였다.

성남시는 시내 전체 211개 교량에 대한 전면적인 긴급안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나 주민들의 불안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작년 8월~11월 실시된 관내 교량 정기점검에서 정자교가 A~E 등급 중 2번째인 B등급(양호) 판정을 받았는데도 무너졌기 때문이다.

탄천 주변을 지나가던 김모(55) 씨는 “늘 여기를 산책하다가 어제 비가 와서 안 나왔는데 제가 지나간 순간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며 “저렇게 큰 다리가 무너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분당 일대를 돌아다니며 택시를 운전하는 이창우(62) 씨는 “탄천에 있는 다리 중 정자교를 포함한 2~3개는 난간이 일정하지 않고 너울처럼 춤추는 것 같은 모습이 자주 보였다”며 “간혹 바닥이 조금 꺼진 곳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6일 통행이 금지된 경기 성남시 분당 수내교의 모습. 테이프 뒤로 난간과 보도블럭이 울퉁불퉁한 모습이 보인다./홍아름 기자

◇ 사고 원인 두고 의견 분분... “30년 된 신도시 부대시설 노후화”

성남시청에 따르면 정자교, 불정교, 수내교는 미리 강도를 높인 콘크리트를 이용한 ‘PSC 슬래브 형식’으로 지어졌다. 미리 압축 응력을 준 콘크리트로 만든 바닥 판이 주가 된 다리다. 분당구 내에서 탄천을 통과하는 19개 교량 중 17개가 PSC 슬래브 교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성민 경희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직접 자세히 봐야 알 수 있겠지만 붕괴 현장을 보면 교량의 철근이 쏙 빠져있는 것처럼 보여 메인 슬래브(차도 부분)와 철근이 일체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철근 자체 길이가 짧거나 슬래브가 약해져서 철근을 제대로 받아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붕괴된 부분에 상수도관 등이 많이 묻혀있고 밖으로도 매달려 있어서 하중이 커보이는 데 이 부분을 설계에 반영했는지도 확인해야한다”며 “정자교나 수내교 등은 보행로가 지지체 없이 날개 형식으로 나와있는 ‘캔틸레버 형식’이라 취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분당을 비롯해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를 지을 당시 자재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왔던 만큼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박승희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교량에 메인 바디(차도)가 있고 주변에 가드레일이나 난간, 가로등, 상하수도관 등의 부대시설이 있는데 교량 자체보다는 부대 시설이 노후화되어 벌어진 일로 보인다”며 “분당 등 1기 신도시가 지어진 지 30년이 되면서 메인 구조는 괜찮지만 부대 시설이 노후화됐다고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해 “부대 시설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지적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 전담팀을 꾸리고 교량 관리 업무 담당자를 불러 조사했다. 시의 의뢰를 받아 안전점검 및 보수공사를 한 업체 관계자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조만간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여 교량 붕괴원인을 찾기로 했다.

이번 사고가 중대시민재해 1호 사례가 될지도 주목된다. 작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공중이용시설이나 공중교통수단의 결함 때문에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사고의 원인이 지자체의 관리 소홀이라는 점이 입증되면 신상진 성남시장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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