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우크라 핵무기 남겼더라면···” 과거 ‘핵포기 설득’ 후회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했던 일에 후회를 내비쳤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아일랜드 공영방송 RTE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우크라이나)이 핵무기 포기에 동의하도록 설득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계속 핵무기를 가지고 있었다면 러시아가 이처럼 어리석고 위험한 일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3~2001년 미 대통령을 지냈다. 1994년 1월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레오니트 크라프추크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핵포기 협정인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체결을 주도했다. 이 양해각서는 구소련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벨라루스 등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주권과 안보, 영토적 통합성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러시아·미국·영국 등 3대 핵강국이 이 협정에 서명했다.
https://www.rte.ie/news/primetime/2023/0404/1374162-clinton-ukraine/
우크라이나는 구소련에서 독립할 당시 핵탄두 1656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76기, 전략핵폭격기 40대 등을 가진 세계 3대 핵보유국이었다.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이행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는 1996년까지 보유 핵무기를 러시아로 넘겨 폐기했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병합하면서 이 협정에는 금이 갔고,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핵을 포기하는 걸 두려워했다. 그것이 러시아의 팽창주의로부터 자신들을 지킬 유일한 방편이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이 협정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자기에게 유리해졌을때 그는 협정을 깨트리고 크름반도를 침공했다. 우크라이나는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에 나는 이에 대해 괴로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또한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굳건하게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푸틴이 한 일은 매우 잘못됐다. 유럽과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평화 협정을 고려할 순간이 올 수도 있지만 우리가 그들을 내팽개쳐선 안 된다”고 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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