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의·약사가 반대? 입점 병원 90%가 먼저 요청
의료진 호응 예상보다 높아
초진 허용 여부에 업계 촉각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작업에 착수하면서 의약계 단체들이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진이 환자를 직접 보지 않으면 부정확한 진단이 내려질 수 있고 의약품이 배송되는 과정에서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실제 비대면으로 환자를 만난 '민초' 의·약사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지난 3년간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전문가로서 직능을 더 많이 발휘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비대면 진료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6일 닥터나우에 따르면 이 회사와의 제휴 의사를 먼저 밝힌 병원·의원·약국은 전체의 95%가 넘는다. 닥터나우는 현재 3000여 곳 병원·의원·약국과 제휴를 맺고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플랫폼인 굿닥에는 6400여 곳 병원·의원·약국이 입점해 있는데 이들 중 90%가 먼저 참여 의향을 드러냈다. 나만의닥터 역시 입점한 병원·의원·약국 1000여 곳 중 85~90%가 자진해서 플랫폼 문을 두드렸다고 밝혔다.
많은 의사와 약사가 플랫폼에 먼저 손을 내민 데에는 전문가로서 직능을 자유롭게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시간적·거리적 한계로 치료를 포기하고 병을 키우던 환자들이 플랫폼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병원·의원·약국을 찾는 구조로 바뀌면서 의·약사가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와 범위도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이다. 현재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선 주중·주말 구분 없이 24시간 의사와 환자가 만날 수 있고 처방약도 30분 이내로 배송이 가능하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나서고 있지만, 플랫폼 업체들은 반발이 거세다. 재진 환자에게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이 플랫폼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플랫폼 이용객 중 99%는 초진 환자다. 재진은 동일한 병명코드로 같은 의사에게 30일 내 진료를 받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한 차례 고열을 앓았던 아이가 31일째 되는 날 다시 고열에 시달려도 초진이고, 감기몸살 치료를 받은 환자가 3일 뒤 담당 의사 부재로 똑같은 증상을 다른 의사에게 호소할 경우도 초진에 해당한다.
주목할 점은 여야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스타트업 연구지원 단체인 '유니콘팜'이 지난 4일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이 4건 발의됐지만 모두 재진만 허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초진 환자까지 비대면 진료 범위를 넓히는 방안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다만 유니콘팜이 발의한 초진 허용 법안도 국회 법안 심의 과정에서 함께 논의할 방침이다.
[심희진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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