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폭행해 아파트 추락사 유발한 20대 항소심서 감형

법원 /김영민 기자

말다툼하던 후배를 폭행하다 아파트에서 떨어지게 한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던 2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제1-1형사부(신종오 부장판사)는 6일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28)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1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24일 새벽 4시쯤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한 아파트에서 피해자 B씨(당시 26세)와 술을 마시다 말다툼을 벌였다. 이후 언성이 높아지면서 몸싸움까지 하게됐다.

B씨는 A씨에게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싸움을 멈췄다. 하지만 A씨는 B씨의 목을 다리로 감아 조르는 등 일방적으로 폭행을 이어갔다. B씨는 A씨의 다리 힘이 느슨해진 틈을 타 계단으로 도망쳤다. B씨는 자신을 쫓아오는 A씨를 계단에서 마주치자 생명의 위협을 느꼈고, 이를 피하려고 아파트 10층과 11층 계단 사이의 창문 밖으로 추락해 숨졌다.

두 사람은 중학생 시절 서로 다른 학교에서 태권도 선수 생활을 하며 알게 된 사이였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A씨의 폭행으로 공포를 느낀 B씨가 창문을 통해서라도 피고인에게서 벗어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 또한 피해자의 추락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상해치사 혐의는 무죄, 상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신 부장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추적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상해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상해를 가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고, 정도가 가볍지 않다”며 “피해자의 육체적 고통에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고, 피해자 가족도 엄벌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