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또 정부 입김? 野 "정부 개입 중단해야 수익률 제고"

이수빈 2023. 4. 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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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기금운용의 쟁점과 대안적 접근' 토론회
野 "국민연금 정권 입맛대로 움직일까 우려"
전문가 "국민연금 기금, 장기적 목표 설정해야"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6일 윤석열 정부가 국민연금에 개입을 노골화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국민연금 기금이 정부 입김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만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3월 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조 장관 뒤로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회원들이 피켓을 든 채 항의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날 오전 국회에서는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쟁점과 대안적 접근’ 토론회가 열렸다.

앞서 야권은 정부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에 검사 출신의 한석훈 변호사를 상근전문위원으로 발탁하고, 그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활동하게 된 것을 두고 ‘정부의 국민연금 장악시도’라고 비판해 왔다. 여기에 최근 KT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한 것에 대해서는 ‘관치’라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정권의 개입이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표출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연금 이사장 출신의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드인사로 투자 및 주주권 행사와 관련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구를 장악하고, 주주권 행사라는 명분 아래 KT 사장 선임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면서도 ‘관여’(Engagement)해야 할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민의 노후자금은 그들만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국민연금 기금에서 중요하게 볼 것은 제도와 기금을 분리해서 보는 사고”라며 “국민연금 기금은 노후소득보장제도인 국민연금이라는 제도에서 나온 것이고 기금운용을 통해 제도를 유지·발전 시키는 것이 목표인데 지금까지 다수가 기금을 그냥 ‘돈’으로만 봐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되는 수익률도 마찬가지”라며 “수익률을 올리자는 것에는 누구도 이의가 없지만 어떻게 올릴 것인지, 그 올라간 수익률 통해 확보된 기금을 제도 발전과 국민들 노후보장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그런 시각으로 기금을 접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수익률을 높이려면 독립성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개입을 하면 수익률이 좋아질 리 없다”고 잘라 말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정권과 금융자본의 입김대로 수탁자책임위원회가 운영된다면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같은 관치운영이 반복될 위험이 크다”며 “국민연금기금 운용은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제도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기금이 가입자의 이익만을 위해 수익률 증대를 목표로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은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수단 중 하나”라며 “공적기금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수익성뿐 아니라 국가의 기업이라는 의미에서 국가 경제의 성장혜택이 퇴직 후 소득에 대한 기여로 연결되고자 하는 의도가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위원은 “그럼에도 대기업 집단의 왜곡된 지배구조로 인하여 기업성장의 혜택이 온전하게 투자자인 국민들에게 이전되지 못한다면 이는 어떤 방법으로든 바로잡아야 하는 문제이며 그 여러 가지 방법 중 주주권 행사가 가장 효율적일 수 있다”며 국민연금이 무엇보다 가입자를 우선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탁자책임위를 두고서도 “가입자의 이익만을 위해 작동하고 있다는 신뢰가 절실하다”며 “수탁자책임 활동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개선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우창 카이스트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기금과 관련한 문제는 장기 재정 목표의 부재에서 기인한다”며 “사회적 논의를 통해 장기 재정 목표, 즉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금의 역할을 설정할 필요가 있으나 이는 요원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는 수익률 개선을 위한 과제로 △신규 자산군 탐색 △추가적 리스크 수용 △기금운용본부 처우개선 통한 전문성 확보를 제안했다.

전창환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역시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의 장기전략 및 장기목표가 불분명하다”며 “국민연금에서는 기금운용의 장기전략과 목표가 장기재정목표 및 장기재정 추계 결과와 끊임없이 연계돼 설정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수빈 (suv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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