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주가 50% 껑충' 정부 육성계획에 마이크로바이옴藥 기대감↑
CJ바이오사이언스, 사흘간 49.7% 급등…임상 2상 단계 3개 보유 고바이오랩도 30% 상승
스위스 페링 '레브요타' FDA 첫 허가 획득…美 세레스 경구제 이달 내 허가 전망
시장 본격 개화 앞두고 경쟁 한창…관련 치료제 국내 프로그램 연 평균 60% 이상 증가
정부가 4000억원을 투자해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을 성장시키겠단 계획이 나오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아직 전세계적으로 절대강자가 없는 시장 내 해외사에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사 지원 본격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CJ 바이오사이언스와 지놈앤컴퍼니, 고바이오랩 등의 주가는 최근 사흘간 30~50% 가량 단기 급등했다.
해당 기업들의 주가 단기 급등 배경은 정부 육성 의지 강조다. 지난 4일 개최된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활성화 세미나'에서 오는 2025년부터 2032년까지 8년까지 예산 4000억원 내외의 범부처 인체질환 극복 마이크로바이옴 기술개발 사업 계획이 공개됐다.
참여 부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복지부, 산업부, 질병청 등 6개다. 부처별 평균 500억원 이상의 예산 차출이 전망된다. 특히 해당 부처들이 이미 두 차례 만나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는 점이 주목 받았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에도 8개 부처가 참여한 1조원대 규모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 예타 사업을 기획한 바 있다. 10개년 계획으로 신약을 비롯해 농업과 해양을 아우르는 대규모 사업이었지만, 지나치게 광범위한 사업 범위에 예타심사 최종 통과가 무산됐다.
이번 신규 사업의 경우 규모 자체는 줄었지만 범위를 신약 분야에 한정해 현실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신규 사업에선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임상·전임상 관련 데이터 구축을 비롯해 원천기술 개발 및 후보물질 성분 발굴이 중심을 이룬다. 원천기술이 확보되면 임상 및 제품화에 대한 연구 역시 수행한다는 목표다.
보다 윤곽이 뚜렷해진 정부 계획에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기업으로 기대감 역시 커진 상태다. 행사가 열린 지난 4일 오후 시작된 상승이 이어지며 5일 상한가를 기록한 CJ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이날 여기 10.98% 증가한 채 장을 마감했다. 사흘새 49.7% 급등이다. 같은 기같 지놈앤컴퍼니와 고바이오랩 역시 23.8%, 30.0% 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체내 미생물 생태계 또는 미생물 그 자체'를 뜻하는 용어다. 미생물을 뜻하는 마이크로브(microbe)와 바이옴(biome)의 합성어다. 유익균·유해균이 혼재하는 생태계에 치료제를 통해 개입해 인체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핵심이다.
2000년대 들어 유전체 분석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관련 기술 발전도 탄력을 받았다. 현재 전세계적 연구개발 단계 진척에 따라 효능이 입증되고 있는 가운데 인체 유래 균주인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활용해 기존 치료제 대비 높은 안정성 효능이 특징으로 꼽힌다. 이에 초기 장 질환에 집중됐던 적응증도 최근 항암 및 피부, 뇌 질환 등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아직 '주인없는 시장'이란 점에서 전세계적 개발 열기가 뜨겁다. 스위스 페링제약의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장 관련 질환) 치료제 '레브요타'(Rebyota)가 지난해 11월에야 미국 식품의약국(FDA) 첫 허가 품목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막 열리기 시작한 시장이다. 오는 2027년 전세계 시장 규모가 2조원 남짓에 불과할 만큼 전체 규모는 작지만, 연 평균 성장률이 50%를 넘을 정도로 높은 잠재력을 평가받고 있다.
현재 레브요타가 유일한 FDA 허가 품목인 가운데 미국 세레스 테라퓨틱스가 같은 질환을 대상으로 한 경구용 치료제(SER-109)에 대한 FDA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허가 기일은 오는 26일로 두번째 허가품목 탄생 임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개발 경쟁력은 세계 무대에서도 뒤쳐지지 않는 편이다. 지놈앤컴퍼니가 경구용 항암제 'GEN-001'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고, 고바이오랩은 건선(KBLP-001)과 염증성장질환(KBLP-007), 천식(KBLP-002) 등 3종의 치료제가 임상 2단계에 있다. 세계 최초 단일 균주 치료제 개발에 도전 중인 지아이바이옴은 지난 2월 항암 후보물질 (GB-104)의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 받았고, CJ바이오사이언스는 면역항암제(CJRB-101)의 FDA 1/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한 상태다.
페링과 세레스를 제외하면 현재 3상 단계에 진입한 경쟁자는 없다. 대부분의 신약 분야에서 후발주자였던 국내 업체들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만 분야에서 만은 동등한 위치에서 선점 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근의 주가 급등 역시 해당 현주소가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에서 진행 중인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생균 치료제(LBP) 프로그램은 현재 105개로 지난 3년간 연평균 64%씩 증가했다"며 "정부의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육성의 궁극적 목적은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진입하여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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