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해' 그날의 재구성…일주일 넘게 풀리지 않는 의문
연씨와 황씨는 과거 배달 대행 일을 하며 알게 된 사이로 A씨와 일면식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범행 당일 오전 4시쯤부터 A씨 사무실 앞에서 대기했다. 또 범행 2~3개월 전부터 A씨를 미행하고 범행 도구를 준비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를 차량에 태워 지난달 30일 오전 12시12분 서울 톨게이트를 지난 이들은 경기도 용인과 평택을 거쳐 오전 3시쯤 대전 대덕구 대청댐 인근에 도착했다. 이후 30분 동안 A씨에게 가상화폐(암호화폐)와 현금이 든 계좌 정보를 알려달라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A씨를 살해한 뒤 인근 야산에 유기하고 암매장했다.
연씨와 황씨는 이경우씨(36·법률사무소 직원)의 지시를 받고 이 모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실제 이씨는 범행 도구를 제공하는 등 살인을 함께 모의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연씨와 황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7시30분쯤 대전까지 타고 온 차량을 버리고 황씨 명의로 렌터카를 빌려 충북 청주시 상당구로 도주했다. 버려진 차량에서는 혈흔이 묻은 고무망치와 주사기, 청테이프 등이 발견됐다.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만 사용하고 도보와 택시를 사용해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택시를 갈아타거나 옷을 갈아입어 경찰의 눈을 속이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주요 피의자 3명은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다. 연씨와 황씨는 이씨가 피해자를 지목하고 범행 도구를 지원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씨로부터 착수금으로 500만원을 받는 등 총 700만원쯤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씨는 범행 가담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또 연씨와 황씨는 이씨 배후에 '윗선'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윗선에서 4000만원을 받았다고 들었다"는 것이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이자 재력가로 알려진 '유씨 부부'가 유력한 배후로 지목된다. 유씨 부부는 한때 A씨와 친밀한 관계였으나 가상자산 투자를 함께 하게 되면서 맞소송을 벌이는 등 사이가 나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씨 부부가 이씨에게 착수금 명목으로 실제 4000만원을 건넸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A씨 살해 이후 유씨와 이씨가 두 차례 만남을 가졌던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5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에 있는 한 백화점에서 유씨를 긴급체포했다. 함께 있던 유씨 부인 황씨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씨의 경우 A씨와 'P코인'을 통해 알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P코인은 미세먼지 관련 친환경 분야 가상자산이다. A씨는 P코인 홍보와 영업 업무를 담당했다. 이전에도 남편과 함께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A씨가 근무했던 코인 업체에 투자했다가 약 8000만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실패 후 2021년 4월과 7월 각각 1000만원씩 총 2000만원을 A씨에게 지원받기도 했다. 또 이씨는 A씨가 운영하던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 부부도 P코인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2021년 2월 P코인 가격이 급락하자 A씨와 이씨는 유씨 부부가 시세를 조종했다고 의심해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유씨 부부를 찾아가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약 1억9000만원 상당의 코인을 갈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씨와 유씨 부부는 오해를 풀고 사이가 가까워진 반면 A씨와 유씨 부부는 서로 소송을 거는 등 사이가 멀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의 일자리를 알아봐준 것도 유씨 부부로 파악됐다.
경찰은 유씨 부부를 이번 사건의 배후로 잠정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 조사 등을 마무리한 뒤 다음주 중 검찰에 송치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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