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과학용어] 이차전지 말고 일차·삼차전지는 없나요

이병철 기자 2023. 4. 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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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전만 하던 일차전지, 충·방전하는 이차전지
삼차전지는 연료 주입하면 스스로 전기 만드는 배터리
이차전지 대표주자 리튬이온배터리, 곧 에너지 효율 한계 임박
”세계는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 전쟁 중”
전고체전지. /팩토리얼 에너지 홈페이지 캡처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최고 영예로 손꼽히는 노벨상은 매년 10월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큰 주목을 받습니다. 이 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의 “매년 인류를 위해 가장 공헌한 사람에게 상을 수여하라”는 유언에 따라 지금까지 과학과 기술 발전에 돌파구를 마련하고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한 인물이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왔습니다.

그런데 노벨상 업적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왜 중요한지 느끼기는 정작 쉽지 않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겁을 먹기 쉬운 난해한 용어들이 난무하기 때문이죠. 노벨상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가 얼마 전 있었습니다.

2019년 노벨 화학상은 리튬이온배터리를 발명하고 개발한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습니다. 존 굿이너프 미국 텍사스대 교수, 스탠리 위팅엄 미국 뉴욕주립대 빙엄턴캠퍼스 교수, 요시노 아키라 일본 메이조대 교수가 그 주인공입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어느새 우리 삶에서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기술이 됐습니다. 늘 손에 쥐고 다니는 휴대전화부터 기후 변화를 늦출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미래 운송 수단으로 손꼽히는 도심항공교통(UAM)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물론, 우리 삶도 편리하게 만들어 준 의미가 큰 연구라는 공로를 인정받은 것입니다.

사실 리튬이온배터리는 충전과 방전을 할 수 있는 이차전지의 한 종류입니다. 그렇다면 일차·삼차전지는 없을까요. 또 어떤 점이 다를까요. 엄승욱 한국전기연구원(KERI)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과 이차전지의 모든 것을 알아봤습니다.

두산퓨얼셀 연료전지.

◇충·방전의 이차전지, 발전하는 삼차전지

이차전지는 충전과 방전을 할 수 있는 배터리를 말합니다. 이차전지에는 리튬이온배터리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외에도 납축전지, 니켈·카드뮴 전지(NiCd), 니켈·메탈 수소 전지(Ni-MH)처럼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다만 리튬이온배터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이차전지는 저장 용량이 작고 환경 오염의 문제가 있어 거의 사용되지 않고, 내연기관차에 쓰이는 납축전지만 남아 있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무게와 부피에 비해서 에너지 저장 용량이 크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재료는 리튬(Li)을 사용하는데, 리튬은 원소번호 3번으로 우주에서 3번째로 가볍습니다. 그래서 휴대폰처럼 항상 갖고 다니는 제품에 사용하기에 적합합니다.

리튬이온배터리를 충전하면 흑연 소재의 음극에 리튬이온이 저장됐다가, 방전할 때는 리튬 이온이 녹아나오면서 전자의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이때 흘러나온 리튬 이온은 리튬 금속으로 된 양극에 저장됩니다. 음극에 저장됐던 리튬 이온을 모두 사용하면 다시 충전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일차전지는 방전은 할 수 있지만, 충전은 못하는 배터리를 말합니다. 리모컨이나 소형 휴대용 전자기기에 쓰이는 건전지가 대표적입니다. 한때 니켈·카드뮴 전지로 충·방전이 가능한 형태의 건전지도 있지만,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삼차전지 뭘까요. 삼차전지는 일차·이차전지와 달리 충전과 방전 기능으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삼차전지는 흔히 연료전지라고 불리는데, 연료를 주입해 직접 발전 장치를 돌려 전기를 만드는 일종의 발전기에 가깝습니다. 다만 전기에너지를 활용하고, 이차전지와 마찬가지로 전기차·열차 같은 운송 장치의 동력원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삼차전지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수소를 연료로 하는 수소연료전지가 대표적입니다. 과학계에서는 삼차전지라는 단어보다는 주로 연료전지라는 용어로 부르고 있습니다.

전고체 이차전지 모식도. /KBSI 제공

◇차세대 이차전지의 주인공은 누구

리튬이온배터리가 개발되면서 이차전지는 우리 삶을 크게 바꿔 놨습니다. 이전에는 전원과 직접 연결해 사용해야 했던 전자제품을 언제, 어디서든 휴대해 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또 일회용인 일차전지와 달리 여러번 충·방전을 할 수 있어 비용도 저렴해졌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연구자들은 리튬이온배터리의 성능이 거의 최대치에 도달했다고 평가합니다. 더 이상 리튬이온배터리의 성능을 더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리튬이온배터리의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차세대 이차전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차세대 이차전지로는 액체 상태의 전해액 대신 고체 전해질을 쓰는 전고체전지가 가장 주목받고 있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에 쓰이는 전해액은 불이 잘 붙는 유기전해질로 폭발의 위험이 큽니다. 고체전해질은 불이 잘 붙지 않는 특징이 있어 폭발의 위험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또 전고체전지는 에너지 저장용량을 결정하는 음극 소재를 개선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리튬이온배터리 음극에는 흑연이 사용됩니다. 더 많은 양의 리튬을 저장할 수 있는 리튬 금속을 사용하면 에너지 저장용량도 키울 수 있지만, 리튬이 음극 내부에 차곡차곡 쌓이지 않고 외부에서 결정화되면서 양극에 닿아 합선이 일어난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고체전지는 전해질이 고체인 만큼 음극과 양극의 합선이 생길 우려가 적어 리튬 금속 음극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리튬 대신 나트륨, 마그네슘처럼 효율은 조금 낮더라도, 가격이 저렴한 다가 금속을 사용하는 이차전지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최근 리튬이온배터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기업들이 리튬 확보를 위해 광산의 소유권을 확보하거나, 직접 개발하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리튬 대신 에너지 효율은 낮더라도, 가격이 저렴한 다른 금속을 활용하는 전략이 나오는 것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이차전지를 포함해 12개 국가전략기술을 지정하고, 정부 차원에서 5년간 25조원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이차전지는 국가전략기술 12개 중 한국이 전 세계에서 상위권의 경쟁력을 갖춘 몇 안 되는 기술 중 하나입니다.

이차전지가 우리 삶에서 쓰이는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나고, 기술의 중요성은 계속 커질 전망입니다. 전 세계는 지금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기술 경쟁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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