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전쟁활동' 감독 "3학년 2반 모두 주인공 되도록 연출"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이승미 인턴기자 = "강력한 스타 한 명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성진고 3학년 2반 모든 아이가 주인공이 됐으면 했죠."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방과 후 전쟁활동'을 연출한 성용일 감독은 6일 화상 인터뷰에서 작품의 초점을 하늘에 떠 있는 구체에 대한 궁금증이나 학생들이 총을 들고 크리처(괴생명체)와 싸우는 액션이 아닌 고등학생 아이들의 감정에 맞추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방과 후 전쟁활동'은 수능을 50일 앞둔 고3 학생들이 펜 대신 총을 들고 괴생명체와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국가 비상사태에 군인이 된 성진고 3학년 2반 학생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대입 가산점에만 집착하는 전교 1등 장영훈,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는 홍준희,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노애설 등 스무명 넘는 학생들이 나온다.
성 감독은 "'방과 후 전쟁활동'은 입시전쟁을 구체(크리처)와의 전쟁으로 풍자한 극"이라며 "단순히 아이들이 총 들고 크리처와 싸우는 액션물이 아니라 입시전쟁에 처한 고3 아이들을 측은해해 줬으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액션보다 교실에서 아이들이 갈등하는 장면 같은 감정신을 찍을때 더 공을 많이 들였다"며 "스물한 명의 아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현실을 헤쳐 나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방과 후 전쟁활동' 극본을 맡은 윤수 작가와 이남규 크리에이터도 이날 화상 인터뷰에서 "우리 드라마는 구체를 없애는 용맹한 주인공을 찾는 게 아니다"라며 "위험한 상황에서 학교에 머물 수밖에 없게 된 아이들의 상황에 공감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3학년 2반 모든 학생의 면면을 보여주려다 보니 초반 전개가 다소 지루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성 감독은 이런 반응에 대해 "가장 많은 지적을 받고, 연출할 때 고민이 컸던 부분"이라며 "3학년 2반 전체가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이 아이들이 누군지 초반에 보여줘야 뒤에 가서 '얘는 누구지'라는 의문이 안 들 것 같았다. 첫 회는 극의 토대를 다지는 회차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했다"고 답했다.
성 감독은 원작이 워낙 인기를 끌어 연출에 부담을 느꼈지만, 극 중 아이들이나 어른들을 너무 나쁘게만 표현하지는 않으려고 했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 가운데 누구 한 명을 나쁘게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왕따인 친구도 폭력적이었던 친구도 드라마 속에서 성장하면서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돕는다"라며 "실제 배우들이 한 애드리브 중에서 '다른 아이들은 괜찮아?'라는 대사가 많았다. 아이들이 서로 걱정하고 챙겨주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른 역시 원작에서는 선생님이 아이들을 버리고 도망가는 등 나쁘게만 그려진다"며 "하지만 세상에 그런 어른만 있는 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어른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모습을 봐야 아이들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방과 후 전쟁활동'은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크리처물이라는 점에서 지난해 글로벌 흥행을 한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과 비교되기도 한다.
성 감독은 "'지금 우리 학교는'이 공개됐을 때 한창 촬영하고 있었다. '재밌다', '재미없다'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고생 많이 했겠구나'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급식실에서 좀비에게 쫓기는 장면에 감탄했고,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을 보면서 VFX(특수시각효과)팀에 우리도 건물 무너지는 장면 좀 넣어달라고 했다"며 웃었다.
이어 "전쟁과 크리처물을 혼합한 장르물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만족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며 "여름방학 때 학교 촬영을 끝내야 해서 크리처의 디자인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갔다. 프리프로덕션(사전 제작단계) 기간이 더 있었으면 크리처 액션 부분이 훨씬 좋아지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총 10부작인 '방과 후 전쟁활동'은 지난달 31일 1부(1∼6회)가 공개됐으며, 2부(7∼10회)는 이달 중 공개된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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