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만난 예술
이렇게 극단적 사유와 통찰이 일어나는 병원이지만, 거기에 근무하는 분들은 도리어 평화로웠다. 그래 보였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필요한 건 평정이니까 평상심은 중대한 미덕인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이기에, 생로병사가 일상적으로 동시다발로 일어나는 병원에서 마음이 늘 큰 강처럼 평온할 순 없는 일. 어쩌면 그래서 감정에 대해 더 소중히 살펴야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평화로워 보이지만, 삶과 죽음 가장 가까이 있는 마음은 보통 사람의 그것과는 다를 것 같아서.
세종 충남대 병원 신입 직원 교육에서 예술 수업을 했다. 꼭 필요한 직무 연수에 ‘예술로 성장하는 삶, 이제 감성도 역량’이라는 강의를 흔쾌히 청해주셨다. 흐린 날 도착한 병원은 일단 규모도 크고 쾌적해서 놀랐다. 그리고 진짜 놀란 것은 예술 작품들이 군데군데 아름답게 배치되어 있다는 것. 예술은 그것이 걸리는 공간이 반이다. 아우라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에, 알맞은 조도와 위치로 우리의 눈에 한번에 담겨야 한다. 눈길을 사로잡아 걸음을 잠시 멈추게 해야 한다. 그림은 말 걸고 우리는 대답해야 한다. 물론 이것은 나의 꿈, 나의 바람이다. 아직 예술은 보기 좋으라고 구색 맞춰 걸어둔 인테리어 소품처럼 생각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조금 일찍 도착해서 층마다 걸려있는 그림들을 찾아봤다. 분명 고르는데 고심했을 작품들이었다. 병원에 오는 이들에게 조금 더 평온을 주려고, 조금 더 생동을 주려고 애쓴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안명진 사무국장님께 물어보니 지역 작가님들 그림이라고, 작은 것 하나에도 진심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얘기해주셨다. 마음이 감동으로 일렁였다. 이렇게 규모가 큰 병원에서 자칫 소홀하기 쉬운 부분이다. 예술 자체의 가치보다는 보여지는 효용에 함몰되기 십상이고. 그런데 이 곳의 작품들은 고유한 저마다의 의미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었다. 미술관도 아니고 단지 병원 벽에 걸려있는 그림들이! 정성스레 붙여둔 작품 캡션에도 눈길이 갔다. 강의를 들어가기도 전에 마음이 고양됐다.
신입 직원들이라 대체로 젊고 봄보다 푸르렀다. MZ세대라고 규정지어 그들의 개성을 퉁치기는 싫다. 유사 이래로 가장 고군분투하는 세대라는 생각도 들어서 마음 한켠 짠하기도 하다. 역시나 그림을 보고 쓴 15분 예술 에세이에도 개성과 자유가 넘쳤다. 그리고 다른 그룹보다 감성이 훨씬 뛰어나서 놀랐는데, 병원이라는 직업군이 이미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살핌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림에 자신을 비춰보고 상대의 마음을 읽어 어루만지려는 마음, 귀하디 귀한 공감의 마음이다. 아마도 이미 특별한 마음가짐으로 직업에 임하고 있음이 느껴져서 마음이 괜히 든든해졌다. 세종 충남대 병원이 집에서 가까웠으면 좋겠다. 병원 안 매점과 카페가 그리 친절한 것은 처음 봤다. 예술적 환경 충만하다고 편애하는 것은 아니다. 병원은 오늘도 수많은 인생 드라마가 상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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