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튀면 그만?...전문가들이 본 그들의 심리는?[이슈 산책]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만 보름 새 3건 신고
"반사회적 의도로 무용담 만들기 위한 행위"
"'남 탓'하는 투사 심리...도벽처럼 중독 위험"
먼저 이 커뮤니티엔 지난 4일 ‘도와주세요 소상공인 울리는 먹튀 커플…’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와인바를 운영하는 작성자 A씨는 “올해 1월 22일 다녀간 분들인데 계산을 안 하고 두 달 넘게 감감무소식이다”라며 글을 시작했다. A씨는 “남녀 커플인데 비싼 와인과 음식을 거침없이 시키고 남자 먼저 전화를 받으면서 나갔다. 곧이어 여자도 문자를 확인하는 척하다가 뛰쳐나가서 한 달 넘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날 (그들이) 먹은 와인과 음식이 20만 원어치다. 경찰에 신고해 (경찰이) 지문 채취하기 위해 쓰던 와인 잔 등을 가져갔는데, 어제 경찰서에서 우편으로 ‘노력했지만, 잡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1일에도 이 커뮤니티엔 ‘부천 상동 먹튀 신고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B씨는 “부천 상동에서 횟집 운영하고 있다. 어제저녁 7시 반에 들어와서 8시 반까지 대략 1시간 만에 9만 원 먹고 튀었다”며 “손님 응대하고 빈 자리 치우느라 카운터 비어 있는 틈에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이 차례로 나갔다”고 적었다.
지난달 20일에도 같은 사이트에 인천의 한 주점에서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녀 커플이 4만4000 원어치 음식을 먹고 도주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C씨는 “남녀 둘이 같이 밖으로 나갔다가 여자만 들어왔고 핸드폰 좀 보는 척하더니 직원이 잠시 다른 일 하는 사이 짐 챙겨서 자연스럽게 나가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 여파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이처럼 의도가 다분한 무전취식 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애꿎은 자영업자들을 골탕 먹이는 먹튀들의 심리 상태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생계형 범죄가 아닌 이상에야 이 같은 먹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반사회적 성향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단순히 배가 고파서 무전취식을 하는 경우가 아니면, 반사회적 의도를 갖고 ‘한번 골탕 먹어 봐라’는 심정으로 무전취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난 어디까지 해 봤다’는 식의 무용담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트렌드라고도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명백히 의도적인 먹튀 사건 범죄자들에게선 자기 합리화와 ‘투사(投射·projection)’라고 일컬어지는 방어 기제가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투사란 무의식적으로 죄의식, 열등감, 공격성 같은 감정의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방어 기제의 일종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먹튀들에겐 가령 ‘나는 지금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이 정도는 사회가 나를 용서해 줘야 해’와 같은 식으로 자기 합리화 내지는 ‘요즘 사회가 나를 경제적으로 어렵게 만들었으니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투사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먹튀 행위를 통해 쾌감을 느끼는 단계라면 도벽처럼 중독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임 교수는 “한두 번 정도는 먹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런 행위도 반복이 되면 도벽 같은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성공 후 느끼는 쾌감을 자극제로써 중독 증상이 생기게 되면 안 하면 불안해지고, 행위를 거듭할수록 액수는 커지며, 학습을 통해 수법이 점점 더 교묘해지고 치밀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 이전에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범죄 처벌법에 따르면 다른 사람이 파는 음식을 먹고 정당한 이유 없이 제값을 치르지 않은 사람은 1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 고의성이 증명될 경우 사기죄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이연호 (dew901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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