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김기현호’ 출범 한 달인데…멈추지 않는 설화 논란
김기현 “당 이미지 실추 언행 책임 묻겠다”
‘당원 100%’로 선출이 원인?
김기현호가 출범한 지 한 달여 남짓이지만 잇단 ‘설화(舌禍)’ 논란에 휩싸이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 지도부의 지지율이 뚜렷하게 반등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을 하며 경고음이 켜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논란을 빚은 당 지도부의 잇따른 실언에 사과하며 “당대표로서 엄중히 경고한다. 이 시각 이후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당을 부끄럽게 만드는 언행에 대하여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당대표에게 주어진 권한을 보다 엄격하게 행사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최근 불미스러운 잡음으로 인해 우리 당의 개혁 의지가 퇴색되고 있는 것 같아 당 대표로서 국민과 당원들께 송구스럽고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이 비상 상황이다. 비장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면서 “총선 승리를 위해 장애 요인이 되면 누구든지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경고하고 나선 것은 최고위원들이 민심과 동떨어진 실언들이 연이어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새 지도부가 출범한 지 한 달 만에 김재원 최고위원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제주 4·3′ 발언, 태영호 최고위원의 ‘제주 4·3′ 발언, 조수진 최고위원의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 등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앞서 전날(5일) 민생119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 최고위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지금 남아도는 쌀 문제가 굉장히 가슴 아픈 현실 아닌가. 그렇다면 ‘밥 한 공기 다 비우기’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다”고 말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조 최고위원은 이어 “여성분들 같은 경우에는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밥을 잘 먹지 않는 분들이 많다”며 “그러나 다른 식품과 비교해서는 오히려 (쌀이) 칼로리가 낮지 않나”라고 했다.
조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당 안팎으로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조 최고위원은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로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진위나 경위야 어찌 됐든 어려움을 가중시킨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과 당원께 송구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해당) 발언은 월요일에 있었던 (민생특위) 회의 내용에서 여러 가지 개진됐던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왔던 것으로 발언 맥락이 왜곡되지 않길 바란다. 사실관계를 들여다봐 달라”고 해명했다.
조 최고위원의 발언이 문제가 되기 하루 전인 지난 4일에는 김재원 최고위원이 윤석열 대통령이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대통령이 보통 삼일절과 광복절(기념식) 정도는 참석하는데, 4·3 기념일은 이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는 추모일”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됐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두 차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관련된 발언이 논란이 되자 공개 사과한 바 있다. 이어 제주 4·3 기념일 발언까지 문제가 되자 이날부터 한 달간 최고위에 불참하기로 하는 등 공개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지난 2월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주 4·3이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이어 지난 3일에는 해당 발언에 대해 “어떤 점에서 사과해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며 “제주도민들에게 용서를 빌었던 제가 그분들에 대해 조롱하거나 폄훼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분들의 아픔을 치유해주고자 한 발언이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잇따른 설화 리스크가 터져 나오는 원인으로는 ‘당원 투표 100%’가 꼽힌다. 지난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개정된 당규에 따라 당원 투표 100%로 지도부를 뽑았는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도부의 인식과 민심 사이에 괴리가 생겼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당심 100%로 지도부를 선출하다 보니 여론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징계에 대한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 “당 윤리위원회를 조속한 시일 내 구성하고 엄정한 윤리 기강을 확립하도록 하겠다”며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사람에 대해서는 차후 자격 평가 시 벌점을 매기도록 하겠다”고 했다.
현재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윤리위원들도 사퇴한 상황이라 윤리위 구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 교수는 “또 김재원 최고위원의 발언이 처음 논란이 됐을 때 김기현 대표가 강한 징계를 했어야 하는데 그 기회를 놓쳤다”며 “윤리위를 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회부하겠다는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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