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아버지 굶겨 죽이고 냉장고에 시신 방치한 20대 아들

1심 재판부, 징역 9년 선고
검찰 "원심 너무 가벼워" 항소

[서울경제]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냉장고에 방치한 20대 아들에게 검찰이 징역 15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대전고법 형사1부(송석봉 부장판사)는 5일 존속살해와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씨(26)의 항소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A씨에게 1심 때와 같은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보호가 필요한 부친을 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나쁘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패륜적 범죄인 점을 고려하면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 형이 너무 가볍다”고 밝혔다.

A씨는 살해 고의를 부인했던 1심 때와 달리, 항소심에서는 혐의를 인정하며 제기했던 항소를 취하했다.

최후 변론에서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의 성장 배경이나 범행 경위 등을 살펴보면 다소 참작할 이유가 있고, 피해자 유족들이 선처를 바라고 있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약 4개월간 당뇨와 치매를 앓고 있던 아버지 B씨(60)의 뺨과 가슴을 때리고 목을 조르는 등 폭행했고, 지난해 3월에는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다 실패하자 약이나 음식을 먹이지 않고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뜨거운 물을 B씨 하반신에 부어 화상을 입힌 뒤 방치한 혐의도 받는다.

결국 영양불량 상태에서 당뇨 합병증과 화상 등으로 B씨가 숨지자 A씨는 시신이 부패할 것을 우려해 냉장실 안에 넣어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신은 건물 관리인에 의해 한 달 만에 발견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도움 없이는 생활하기 어려운 피해자에게 음식을 주지 않아 기아 상태에 이르게 하고 학대해 숨지게 했다.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음에도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28일 열린다.

정미경 인턴기자 mic.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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