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가 증명한 OTT의 힘
5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협업마을 아가동산과 교주 김기순 측은 넷플릭스와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넷플릭스월드와이드엔터테인먼트 LLC(월드와이드)를 상대로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에 방영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아가동산 측 소송 대리인은 “넷플릭스 본사와 월드와이드 측에 프로그램을 올리고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해서 이들을 상대로 추가로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광고, 홍보하는 것과 관련해 미국 법인과 공동 불법 행위자”라며 한국 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도 채무자에 포함했다.
‘나는 신이다’는 JMS(기독교복음선교회) 정명석, 오대양 박순자, 아가동산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의 이야기를 담은 8부작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다.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을 연출했던 조성현 PD가 넷플릭스와 손잡고 2년에 걸쳐 만들었다.
아가동산 측이 ‘나는 신이다’를 상대로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달 8일에 이미 MBC와 조성현 PD, 넷플릭스서비시스 코리아를 상대로 방송을 이어갈 경우 하루 1000만원씩 이행강제금을 지급하도록 명령해 달라고 요청하며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심문 기일을 앞두고 돌연 넷플릭스서비시스 코리아에 대한 소를 취하했으나, MBC와 조성현 PD를 상대로 진행한 소는 그대로 유지했다. 넷플릭스서비시스 코리아의 경우 한국 구독 계약만을 담당하고, 방영 권한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아가동산 측은 하루 만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과 별개로 MBC와 조성현 PD, 넷플릭스 미국 본사를 상대로 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앞서 ‘나는 신이다’ 1~3회차에 등장한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와 교주 정명석도 공개 전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으나 지난 달 2일 기각됐다.
‘나는 신이다’에서 공개된 자료들 중엔 그동안 시사 프로그램이나 뉴스 등에서 자체 검열된 미공개 자료들이 많다. 소재 선택이나 수위 표현, 연출법 등에서 지상파 보다 훨씬 자유롭고 직설적이다.
실제로 ‘나는 신이다’를 기획하고 제작한 조성현 PD는 “같은 주제를 ‘PD수첩’으로 제작했다면 8주~10주의 시간을 들여 만들고 만나는 사람도 적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로 등장하고 있는 메이플은 만나서 인터뷰 하기까지 40일의 시간이 걸렸는데, ‘PD수첩’이었다면 만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을 것”이라며 “편성과 제작 방식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고 돌아봤다.
OTT 콘텐츠는 지난 달까지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등급 심의를 받았으나 지난해 국회에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OTT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콘텐츠 등급을 분류하는 자체등급분류제를 시행 중이다.
이와 달리 TV 방영 콘텐츠는 방송법의 규제를 받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서 심사받고 있다. OTT 콘텐츠보다 훨씬 더 엄격한 잣대로 판가름한다. 꼭 필요한 소재라도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신이다’는 OTT가 아니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여신도들의 나체 목욕 장면, 성폭력 과정, 목맨 사체 등이 그대로 노출됐다.
가장 화제가 됐던 JMS 편에서는 홍콩 피해자 메이플이 성폭행 정황을 담은 녹취록을 공개했다. 기존 방송에서는 성적인 부분이 모두 삭제된 채 공개됐던 내용이 여기서는 강간을 유추할 수 있게끔 적나라하게 방송됐다.
이뿐 아니라 나체의 여성들이 욕조에 앉아 “주님 피곤하시죠. 우리와 함께 반신욕 해요” 하던 영상은 방송에선 모두 모자이크 됐지만, ‘나는 신이다’에서는 얼굴만 모자이크된 채 공개됐다.
‘나는 신이다’는 공개 이후 넷플릭스에서 대한민국 톱(TOP) 1위 콘텐츠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글로벌 주간 순위인 ‘넷플릭스 톱10’에 2주 연속 이름을 올리며 국내외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시사다큐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고 생각됐던 젊은층이 OTT를 통해서는 다큐멘터리를 소비하고 있던 점과 해외 시청자들의 관심, 명확한 증거 제시 등 복합적인 요소가 결합되며 유사 이래 최고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사이비’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음반업체인 신나라 레코드가 아가동산의 사업체로 알려지며 가요계에서 불매를 하겠다는 움직임도 나왔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JMS 연관 교회나 업체 주소가 공개되고 신도로 의심되는 스타들의 이름까지 공개됐다. 만민중앙교회가 부천체육관을 대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이 반발했고 승인 취소로 이어졌다.
시사 프로그램과 뉴스로 꾸준히 적폐가 공개됐음에도 활개를 치던 사이비 종교들의 설 자리가 ‘나는 신이다’ 공개 이후 점차 좁아지고 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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