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평행이론? ‘남미의 트럼프’ 보우소나루도 기소되나…첫 경찰 조사
미국 전·현직 대통령 중 최초로 형사재판 피고인이 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법원에 출석한 지 하루 만에 ‘남미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도 경찰 조사를 받았다. 재임 시절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자타공인 ‘롤모델’로 삼았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퇴임 후 행보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뒤를 밟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 등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에 있는 연방경찰 본부에 출두했다. 그는 약 3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차를 타고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경찰은 이날 혹시 모를 지지자들의 소요 사태에 대비해 인근 도로를 폐쇄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등으로부터 받은 수십억 원 상당의 사치품을 불법 반입해 개인적으로 소유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21년 브라질 세관 당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정부 특사단 소지품에서 1650만 헤알(약 41억원) 상당의 장신구를 적발하고 압수한 바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또 롤렉스 시계를 포함해 외국 정부에서 준 고가의 선물을 최근까지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돼 일부를 반납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런 의혹들에 대해 횡령 혐의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횡령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소 2년에서 최대 12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경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서 이를 숨기려고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패배한 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취임식 이틀 전 미국 플로리다로 떠났다. 이를 두고 사법 처리를 피하기 위해 도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 미국과 브라질 일각에서는 그를 브라질로 강제송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이후 지난달 30일 출국 3개월 만에 브라질로 돌아왔다.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남미의 트럼프’라는 별명답게 총기 소유 권리 확대와 임신중단 반대, 반이민 정책, 환경규제 철폐, 코로나19 경시 등 트럼프 전 대통령과 똑닮은 정책들을 추진해 왔다.
둘은 퇴임 후 행보도 닮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대선에서 패배하자 부정 선거를 주장했고, 그의 지지자들은 2021년 1월 의회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역시 브라질 대선에서 패배하자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고, 지난 1월 그의 지지자들은 의회·대통령궁·대법원을 습격해 폭동을 일으켰다. 보우소나루와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이 폭동을 직·간접적으로 선동하고 조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 외에도 여러 건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도 그를 둘러싼 수많은 혐의들에 대해 줄줄이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기소가 임박한 것은 선거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투표 시스템에 대한 거짓 정보를 퍼뜨리면서 대통령 선거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밖에 의회 폭동을 선동한 혐의, 코로나19 팬데믹 부실 대처, 원주민 대량 학살 등 수십 건의 의혹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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