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재판 참석안해 패소"…권경애에 배상금 받을수 있을까?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열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조국흑서) 저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조국흑서'로 불리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진중권 전 교수, 김경율 회계사, 권경애 변호사, 서민 교수, 강양구 과학전문기자 겸 지식큐레이터 등의 대담집으로, 조국 사태나 586세대 등을 비판하면서 현재의 진보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지난 8월25일 출간된 이후 교보문고 베스트셀러에서 4주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판매량은 7만부가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0.9.25/뉴스1

학교폭력 사건 손해배상소송 피해자 측 대리인을 맡고도 재판에 불출석해 '패소'를 받아낸 권경애 변호사를 대상으로 피해자 측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변호사 사회에서도 큰 비판이 일자 대한변호사협회는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 절차 검토에 나섰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8-2부(부장판사 김봉원)는 학폭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박모양 유족이 학교법인과 가해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지난해 11월24일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패소 이유는 '3회 불출석으로 인한 항소 취하 간주'다. 민사소송법은 항소심 소송 당사자가 재판에 3회 출석하지 않으면 항소를 취하한 것으로 본다. 소송대리인만 출석해도 되는데, 해당 소송을 대리한 권 변호사는 재판에 3회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소송은 박양이 숨진 다음 해인 2016년 제기됐다. 1심은 서울특별시·학교법인·교직원·가해자 34명 피고 중 1명에게 책임이 있다며 지난해 2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냈다. 이에 유족이 불복해 항소했지만, 소송대리인의 불출석으로 허무하게 패소한 것이다. 유족은 권 변호사가 불출석 사실을 약 5개월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A 변호사는 "고령의 변호사들이 소송을 불성실하게 수행하기도 하지만, 한창 활동하는 변호사가 불출석해 패소한 일은 처음 봤다"고 밝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민사재판은 법원 전자 소송시스템으로 일정 확인이 된다"며 "변호사들이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이 시스템 접속이다. 소송 일정 놓치기가 더 어렵다"고 했다. 변호사들이 이 시스템의 '나의 사건관리' 창에 접속하면 며칠에 어느 법원에서 재판이 열리는지가 달력 형태로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유족이 권 변호사에게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판사 경력이 있는 변호사는 "의뢰인이 변호사에 대해 '수임료를 받아 갔으면서 왜 불성실하게 소송을 진행했느냐'고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고 측은 변호사 때문에 앞선 재판에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며 "실제로 소송이 청구되면 법원은 패소한 소송 사건의 손해배상 청구액을 고려해 배상액을 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학폭 사건 1심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에게 5억원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변호사 사회에서도 비판이 큰 만큼 대한변호사협회(변협)도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변호사에 대한 징계는 최대 영구제명까지 가능하다. 변협 측은 "협회장 직권으로 조사위원회 회부를 준비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변호사 윤리장전에는 '변호사는 업무 처리와 관련해 직업 윤리를 지키며 가능한 한 신속히 의뢰인의 위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가 이같은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사례도 있다. 변협은 2021년 2월 조모 변호사를 수임 사무를 성실히 처리하지 않았고 소송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의뢰인에게 알리거나 협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명했다. 변론기일에 불출석한 것으로 조사된 이모 변호사에게도 지난해 10월 정직 결정을 내렸다.

권 변호사는 2020년 출간된 '조국 흑서'(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공동 저자로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머니투데이는 권 변호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그가 일했던 법무법인 해미르 측은 "권 변호사가 6일자로 해미르 서초 주사무소에서 탈퇴했다"고 밝혔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조준영 기자 ch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