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 부부는 큰손” “한때 같은 편”···조금씩 맞춰지는 2년 전 코인판 ‘퍼즐’

이유진·강은 기자 2023. 4. 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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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유튜브 채널 ‘퓨리에버’에 올라온 퓨리에버 코인 관련 사업 설명회 . 유튜브 캡쳐

강남 납치·살해사건 배후로 의심받는 유모씨가 체포되면서 사건의 윤곽이 점차 잡혀하고 있다. 유씨 부부, 주범 이경우씨(36) 등 피의자와 피해자 A씨(48) 간 가상자산(암호화폐) ‘퓨리에버’ 코인을 둘러싼 갈등도 조금씩 퍼즐이 맞춰지는 양상이다. 경찰은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때 ‘공동 투자자·동업자’에서 고소·고발 상대로
지난 39일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이 납치되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독자 제공

경향신문은 6일까지 퓨리에버 코인 초기 투자자이면서 고소·고발전에 연루된 이들을 여럿 접촉했는데, 이들은 “A씨와 유씨 부부가 원래는 한패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홍콩 소재 법인을 운영하던 A씨가 퓨리에버 재단으로부터 코인 5억원치를 ‘프라이빗 세일’로 사들였다고 했다. 프라이빗 세일이란 ‘큰손’ 투자자만 참여할 수 있는 사전 비공개 거래를 말한다. A씨는 5명의 투자자로부터 각 1억원씩 총 5억원의 자금을 모았는데, 유씨 부부도 여기에 포함됐다.

5억원어치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성사시킨 뒤 A씨와 유씨 부부는 ‘동업 관계’가 된 것으로 보인다. 재단으로부터 수천만개의 코인을 재차 확보한 A씨는 코인업계 ‘큰손’으로 불리던 유씨 부부에게 일부 코인을 나눠줬다. A씨가 전국구 ‘세력’을 가진 유씨 부부에게 코인 마케팅 1호 사업자가 될 것을 부탁했고, 약 15%의 마진을 약속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A씨는 중수이고, 유씨 부부가 고수로 통했다”며 “유씨 부부가 세력을 동원해 30억원 자금을 모았고, 이 돈으로 코인 가격을 ‘가두리 펌핑’했다”고 했다. 2020년 11월13일 코인원에 1코인당 약 2000원에 상장된 퓨리에버 코인은 가격이 치솟기 시작해 12월21일 최고가 1만345원을 기록했다. 작전 세력이 털고 나간 코인의 전형적인 차트를 그린 것이다. 이때 차트를 움직인 세력의 주축이 유씨 부부라는 게 일부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2020년 11월13일 상장 이후 ‘퓨리에버’ 코인의 차트. 코인업계 관계자들은 “작전 세력이 털고 간 전형적인 차트”라고 설명했다. 코인원 캡쳐

이들은 차트가 정점에 달했던 시점에서 ‘모종의 이유’로 A씨의 코인 지갑이 동결됐고, 그로 인해 물량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코인 가격이 급락했다고 말했다. 투자 피해자 B씨는 “당시 유씨 부부가 상의없이 시세를 조작해 따로 이득을 챙겼단 사실을 알고 A씨가 격분해 지갑을 동결했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했다. 이후 A씨와 유씨 부부 사이가 급격히 나빠졌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던 중 2021년 3월 일부 투자자들이 유씨 부부를 호텔에 감금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A씨와 유씨 부부는 각자의 책임을 부인하며 법적다툼을 벌였다. 유씨 부부는 시세조작은 없었으며, 자신들 역시 투자금 1억원의 몫을 제대로 분배받지 못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A씨를 상대로 투자 손실 책임을 물어 9억원대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A씨는 코인 지갑 동결은 재단의 일방적 조치였으며, 유씨 부부가 재단과 짜고 코인 시세를 조작해 피해자를 양산했다고 주장했다. 60여건의 소송에 연루된 A씨는 최근까지 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며 퓨리에버 코인 투자 피해자들이 모인 단체대화방을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묘연한 살해·납치 동기···주범·배후는 의혹 부인
강남 납치·살해 사건 주범 이경우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이번 납치·살해사건의 범행 동기는 여전히 묘연한 상태다. 배후로 지목된 유씨 부부가 이씨를 시켜 A씨를 납치·살해할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씨는 당초 유씨 아내 황씨를 통해 퓨리에버 코인에 투자했다 8000만원의 손해를 보고 호텔 감금 사건에 가담했으나, 이들 부부가 재력가인 것을 알고 유씨 편에 섰다고 한다. 다만 관계자들은 “재력가인 유씨 부부가 고작 1억원의 손실이 났다는 이유로 이경우를 시켜 사람을 죽였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A씨가 퓨리에버 코인 피해자 대화방을 운영한 것과 관련해서 “오히려 각종 증거를 모으면서 소송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일부 주장도 나왔다.

경찰은 2년 전 퓨리에버 코인을 둘러싼 다툼과 이번 사건의 연관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유씨 부부를 포함한 5명이 출국금지된 상태다. 경찰은 유씨가 이씨에게 4000만원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이 돈과 범행의 연관성을 수사하고 있다. 유씨 측은 이 돈의 성격을 두고 “착수금이 아니라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 외 추가 공범 여부 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퓨리에버 재단 측은 “이번 사건은 재단과의 어떠한 관계도 없다”고 거듭 밝혔다. 가상통화 거래소 코인원은 이날 서비스 안정화를 이유로 퓨리에버 코인 출금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단 시한은 밝히지 않았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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