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1호 판결…“원청 책임 인정됐지만 여전한 솜방망이 처벌”
“건설노동자 관행도 원인 가능성”
재판부 양형사유·형량 논란 돼
하청 노동자 추락사 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청사 대표가 6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중대재해법 시행 1년 3개월 만에 나온 첫 판결이다. 원청 경영책임자 책임이 인정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사법부가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이날 온유파트너스 대표 정모씨에게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온유파트너스 법인엔 벌금 30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원청인 온유파트너스가 안전대 부착, 작업계획서 작성 등 안전보건 규칙상 조치를 하지 않아 하청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고양시의 한 요양병원 증축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 A씨는 지난해 5월14일 병원 건물 5층에서 고정앵글 인양작업 중 추락해 숨졌다.
중대재해법은 원청 경영책임자가 하청 노동자에게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8년 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도 원청의 안전·보건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일부 담겼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비판, 중대재해 발생 시 대표가 아니라 현장소장, 안전관리자가 처벌받는 현실 등을 고려한 것이다. 검찰이 원청 대표인 정씨를 기소할 수 있었던 것도 중대재해법이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양형이다. 재판부는 양형사유에 대해 “건설노동자 사이에서 만연한, 안전난간의 임의적 철거 등 관행도 사망사고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며 “이 책임을 모두 피고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가혹하다”고 밝혔다. 이어 “유족에게 진정 어린 사과와 함께 위로금을 지불하고,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들은 재판부가 건설노동자들이 안전난간을 임의로 철거하는 관행을 감형사유로 삼은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임의적’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윈치(도르래 형식의 중량물 인양 기계)’를 사용해 중량물을 올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일하던 구간의 안전난간을 해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런 경우엔 사업주는 노동자가 안전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 주장대로 그런 관행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없애는 것이 사업주 의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대노총은 이번 판결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산안법 위반으로 인한 산재사망 사건에서도 2~5년을 양형기준으로 정한 현실에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은 너무 낮은 형량”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되었음에도 사실상 현행 산안법 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의 형량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은 그동안 경영계가 처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중대재해법 개정을 요구한 것이 ‘과장된 엄살’임을 증명했다. 기업들은 ‘사망재해가 발생해도 집행유예로 풀려난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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