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복순' 변성현 감독 "일베 논란 맘고생…전도연 '괜찮다'고" [인터뷰]...

김보영 2023. 4. 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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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어 글로벌 1위 비결? 모든 게 전도연 선배님 덕분"
"작품 통틀어 가장 예민했던 현장,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전도연, 우리나라 아닌 세계에서 연기 가장 잘하는 배우"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변성현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공개 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거졌던 ‘일베’ 논란에 대해 당시의 속상했던 심경과 주연 배우 전도연에 대한 미안함을 털어놨다.

변성현 감독은 6일 오후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공개를 기념으로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변성현 감독은 “사실 ‘길복순’이 비영어권 1위를 차지했다는 좋은 소식을 어제 연락받았고, 안 좋은 소식을 그보다 먼저 겪었던 터라 계속 속상한 마음이었다”며 “어제 1위 소식은 집에 있다가 연락을 받은 건데 생각처럼 기분이 신나지 않았다. 그보다는 안도감이 컸다”고 소회를 전했다.

지난달 3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길복순’(감독 변성현)은 최고의 실력을 가진 전설의 에이스 킬러이자 중학생 딸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 ‘길복순’(전도연 분)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데뷔작 ‘나의 PS파트너’를 시작으로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 등을 선보여 스타일리시한 연출력을 인정받아왔던 변성현 감독의 신작이다.

‘칸의 여왕’으로 불리는 톱배우 전도연이 액션 장르를 주력으로 출사표를 던진 첫 타이틀롤 작품으로 주목 받았다. 공개 전인 지난 2월 열린 베를린 국제영화제 스페셜 부문에 초청돼 현지 평단 및 대중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특히 넷플릭스가 지난달 17일부터 4월 2일까지 시청시간을 공식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길복순’은 지난 31일 첫 공개 후 단 사흘 만에 1961만 시간을 기록, 비영어 영화 부문 전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영어가 사용된 영화들까지 합치면 ‘머더 미스테리’, ‘머더 미스테리2’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호재만 있던 건 아니다. ‘길복순’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은 작품 공개 후 한 장면 때문에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 베스트’(이하 ‘일베’) 유저라는 의혹을 받았다.

논란은 살인청부업 임무가 전달되는 봉투가 등장하는 신에서 불거졌다. A급 킬러에게 ‘서울-코리아’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라고 표시된 봉투가 파란색 씰로 봉해져 전달되고, B급 이하의 킬러들에게 ‘순천-전라’라는 봉투가 빨간 씰로 봉해져 전달되는 장면이다. 이를 본 일부 누리꾼들이 전라도 지역만 따로 분리해 국가명처럼 지칭하는 것이 ‘일베’에서 사용하는 특유의 비하 방식이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변성현 감독은 “전부터 이 영화가 잘되길 간절히 기도했던 터라 1위 소식을 들으면 기분이 좋을 줄 알았다. 전작이 코로나19 시기와 겹치면서 흥행 성적이 그리 좋지 못했던 터라 더 그랬다. 지금으로선 다행이란 안도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일베 논란이 불거지자 전도연을 비롯한 배우들, 스태프들에게 미안함을 느껴 마음고생을 적지 않게 했다고도 고백했다. 논란 당시 전도연에게 따로 죄송하다는 문자를 남겼다고. 변성현 감독은 “문자를 받은 전도연 선배님은 길게 말씀하지 않으셨다. 괜찮다고, 지금의 과정도 의연히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다”며 “선배님도 제 상황을 잘 알고 계시니 일부러 길게 말씀하지 않으신 것 같다. 길 글로 위로를 해주실수록 제가 더 죄책감을 느끼고 미안해할 거라는 점을 알고 계셨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길복순’이 훌륭한 글로벌 성적을 거둘 수 있던 것도 전도연의 힘이 컸다며 겸손을 드러내기도 했다. 변 감독은 “그냥 다 도연 선배님 덕분이라 생각한다”며 “도연 선배님을 비롯해 경구 선배님 등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길복순’의 시작,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도연 선배님을 바라보고 출발했던 여정이었다”고 부연했다.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전도연과 함께하는 작업이었기에 촬영 현장에서 부담감도 상당했다고. 변성현 감독은 “제가 1등으로 좋아하는 배우였기에 전도연 선배님과 작업을 한다면 무조건 내가 잘 해내야 할 것 같았다. 원래는 현장에서 웃음도 많고, 작업을 즐기는 편인데 이번엔 처음으로 그러지 못했다. 하루하루가 예민했고 전쟁같았다”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다.

이어 전도연에 대해 “남녀 통틀어 제 기준 우리나라 단위가 아닌 세계에서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존경을 표했다.

이어 “‘길복순’처럼 본격적인 액션 영화를 찍는 건 감독인 저는 물론, 설경구 전도연 선배님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그래서 감독으로 공포감을 느꼈다. 소품 하나하나 신경썼고 저와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의 능력치도 최대한으로 뽑아내고 싶었다”고 진정성을 드러냈다.

촬영이 끝난 직후는 물론, 현재까지 ‘길복순’에 대한 여운이 남아있는 상태라고도 고백했다.

변성현 감독은 “원래의 저는 촬영이 끝나면 몇시에 촬영이 끝나든 스태프들과 모여 늘 술을 먹는다. 근데 이번엔 촬영이 끝난 후 혼자 집에 갔던 기억이 난다”며 “모든 걸 쏟아부은 느낌이라 촬영을 마쳤다는 만족감에 비해 허탈함이 더 컸다”고 전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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