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휙 훑고 '튼튼하네'…곪아 터진 '안전점검'

김지은 기자 2023. 4. 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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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뉴스1) 김진환 기자 = 5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정자교 보행로 일부 구간과 난간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 이 사고로 30대 여성 A씨가 숨지고 30대 남성 B씨는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2023.4.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5일 붕괴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가 불과 5개월 전 정기안전점검을 통과했다. 앞서 안전점검을 받은지 보름만에 다리가 휘어진 사례도 있어 현행 안전점검 제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게 됐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정자교는 지난해 11월26일 정기안전점검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다. 이 다리는 2015년부터 8년간 연속 '양호' 등급 판정을 받아왔다.

다만 2021년 5월9일에 실시된 정밀안전점검에서는 C등급(보통)을 받았다. 또 올해 2월3일부터 6월2일까지 정기안전점검, 2월13일부터 6월30일까지 상반기 정밀안전점검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안전점검에서 통과하고도 사고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과 신도림역을 잇는 도림보도육교는 지난 1월3일 오전 1시20분쯤 다리 중간이 내려앉아 보행이 전면 통제됐다. 지난해 10월28일부터 12월15일까지 실시한 하반기 정기안점검에서 'A등급'(이상 없음)을 받았으나 보름여만에 붕괴된 것.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위치한 정자교는 2015년부터 8년 간 계속해서 '양호' 등급 판정을 받아왔다. 2021년 5월9일에 실시한 정밀안전점검에서는 C등급(보통)을 받은 바 있다. / 사진=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
시설물 안전전검 기준, 평가주기는?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안전점검은 △정기안전점검 △정밀안전점검 △정밀안전진단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대규모 시설물인 1·2종 시설물은 정기안전점검, 정밀안전점검, 필요에 따라 정밀안전진단도 모두 진행한다. 소규모 시설물인 3종 시설물은 정기안전점검만 받으면 된다. 정자교의 경우 2종 시설물이었으며 도림보도육교는 3종 시설물이었다.

정기안전점검은 1·2·3종 시설물이 안전 요건을 만족하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이다. 안전관리 전문가가 6개월에 한 번씩, 1년에 총 2번 시설물에 방문해 안전상의 위험이 없는지 육안으로 검사한다.

정밀안전점검은 외관조사 뿐만 아니라 시험장비를 이용해 내부 결함 등이 있는지 살펴보는 안전점검이다. A등급(이상없음)을 받은 시설물은 3년 또는 4년에 1번 정밀안전점검을 받게 된다. B등급(양호), C등급(보통)을 받은 시설물은 2년 또는 3년에 1번 받고, D등급(미흡), E등급(불량)을 받았던 시설물은 1년 또는 2년에 한 번씩 점검을 받는다. 시설물에 문제가 많을수록 검사 주기가 짧아지는 구조다.

정밀안전진단은 정밀안전점검 이후 추가 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진행한다. 시설물의 물리적 기능적 결함을 발견하고 그에 대한 신속한 조치를 취하는 단계다. 정량화된 데이터를 분석해 시설물이 안전한지 디테일한 내용들을 해석한다.

싼 값에 용역업체 발주…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안전점검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도림보도육교가 내려앉아 통행이 금지되고 있다. 영등포구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40분쯤 영등포구 도림동과 신도림역을 잇는 도림보도육교가 내려앉아 육교와 하부 자전거도로, 산책로 등이 전면 통제됐다. 현장 조사 결과 육교를 지탱하던 지지대 시멘트와 난간 철제가 일부 파손됐으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023.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문가들은 시설물 안전점검의 구조적인 허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한정된 예산 내에서만 용역업체에 발주해야 하고 전문가의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는 것.

시설물 안전점검은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안전 전문가가 직접 점검을 해야 한다. 시설물 관리주체는 관련 분야 전문가를 직접 고용하거나, 안전진단 업체에 용역을 발주한다.

보통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경우 시설물을 여러개 점검하는 경우가 많아 안전진단 업체에 여러 개의 교량을 함께 묶어서 발주를 하게 된다. 예산 편성부터 안전진단 업체 선정 및 관리는 모두 시설물 관리주체가 결정한다.

과거 안전점검을 나간 적이 있다는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최명기 교수는 "결국 전문가가 얼마나 전문성이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기술사급은 비용을 많이 줘야 할 것이고 일반 전문가들은 비용을 싸게 주게 된다. 비용이 저렴할수록 안전진단을 꼼꼼하게 하지 않고 대충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경우 예산 수립과 확보가 어렵다보니 등급을 일부러 올리는 식의 갑질이 일어날 수 있다고도 했다. 최 교수는 "관리주체에서는 D등급(미흡), E등급(불량) 등급이 나오면 진단도 또 해야 하고 보수도 해야 하니까 예산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으니 우선 등급을 높이자 식의 일들도 종종 벌어진다"고 말했다.

정자교의 경우 그동안 안전점검을 나설 때 차도 위주로 살펴보다 보니 보도 안전에 관심이 떨어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자교 같은 교량은 차들이 많이 지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보도에 관심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라며 "향후 안전점검을 할 때는 보도 연결 부분도 디테일하게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종 시설물의 경우, 육안으로만 정기안전점검이 이뤄지기 때문에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림보도육교 역시 지난해 5월 3종 시설물에 지정됐지만 그동안 A~B등급을 맞아 정밀안전점검 대상이 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관리자는 "아무래도 시설물 관리주체 의지에 따라 정밀안전점검을 할지 말지 결정되다 보니 점검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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