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손배 재판’ 3회 불출석·패소한 권경애...변협 “사안 엄중 인식” 징계 조사 준비
‘학폭 피해’ 고(故) 박주원양 어머니, MBC 라디오서 ‘추가 연락 없었나’ 질문에 “없었다” 답변
이른바 ‘조국 흑서’ 공동 저자에 이름을 올린 권경애 변호사의 학교 폭력 사건 항소심 불출석으로 피해 유족 측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취하된 사건 관련,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권 변호사 징계를 위한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6일 변협에 따르면 이번 일을 엄중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협회장 직권으로 권 변호사의 조사위원회 회부를 준비 중이다. 변협 회규에 따라 협회장은 징계 혐의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회원을 조사위원회에 넘길 수 있으며, 징계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
변호사법 90조는 영구제명, 제명, 3년 이하 정직, 3000만원 이하 과태료 그리고 견책 등 총 다섯 가지의 징계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영구제명은 변호사 직무 관련해 2회 이상 금고 이상 형을 받아 그 형이 확정될 경우 적용하고, 변호사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거나 대한변호사협회의 회칙 등을 위반했을 때는 나머지 네 가지 징계 중 하나를 부과할 수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회칙 제42조는 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직업윤리를 준수해 품위를 보전해야 한다고 밝힌다.
앞서 권 변호사는 고(故) 박주원양 유족의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 지난해 9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출석하지 않아 소송이 취하되게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민사소송법에 따라 재판 양쪽 당사자가 3회 이상 재판에 나오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본다.
학교폭력 피해자인 박양은 2015년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박양의 어머니 이기철씨는 이듬해 학교법인과 가해 학생들의 부모 등 38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이 중 가해학생 부모 A씨가 이씨에게 5억원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지난해 2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나머지 37명 중 4명에 대한 소송은 이씨가 도중에 취하했고, 33명의 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청구가 기각됐다. 이에 이씨는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33명 중 19명을 상대로 항소했고, A씨도 자신에게 떨어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었다. 재판부가 A씨 항소를 받아들여 이씨의 남은 청구마저도 기각됐는데,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이씨가 상고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되면서 결국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하게 됐다.
이씨는 6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보도가 나온 다음에 변호사 쪽에서 다시 연락을 취해 온 건 없었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진 ‘가해자 측은 물론이고 서울시교육청도 소송비를 청구할 거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던데 맞나’라는 물음에는 “진행 상황을 알아보시는 분께서 (소송비 청구 관련) 서류가 출발했다고 날짜가 떴다고 말씀하셨다”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씨는 라디오에서 사건 당시 학교가 자신에게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이야기했다면서, 가해자들이 아닌 딸에게 전학을 권유했었다고 강조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저런 아이는 감당이 안 된다’, ‘저런 아이 건드려봐야 더 큰 복수가 오고 감당이 안 된다’ 등 답변을 학교로부터 받았다는 게 이씨 주장이다.
유족이 제기한 소송의 당사자였던 서울시교육청은 소송사무처리 규칙 등에 따라 재판 수임료 등 1심 소송 비용 1300만원을 유족에 청구하는 내용의 서류를 법원에 제출했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가해 기록을 대학입시 전형에 반영하고 취업 때까지도 기록을 보존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는 등 국민의힘과 정부 움직임이 이씨에게 크게 다가올 리 없다. 지난 5일 열린 당정 협의회에서는 ▲피해 학생 맞춤 지원 강화 ▲교권 확대·보호 ▲구성원의 학교폭력 책임 인식 제고 ▲인성·체육·예술교육 활성화 ▲가해자 즉시 분리 조치 실효적 방안이 논의됐다.
학교폭력 보존기간 강화로 그 책임을 무겁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국민의힘의 설명에 이씨는 라디오에서 “헛웃음만 나온다”고 반응했다. 이씨는 돈과 권력 등으로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한 일들이 계속 생길 거라면서, 학교폭력위원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는 일 등에 먼저 손을 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가정에서 목이 졸려 오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분풀이를 하고, 잘못을 저지른 아이의 부모는 도리어 극악스럽게 교사와 학교를 공격한다”며 “교사가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없도록 상위 기관이 교사들을 찌들어가게 하고, 학교는 몸 사리면서 밥벌이하는 곳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전체를 보는 구조적 접근이 없는 그야말로 ‘보여주기식’ 대안만 정부가 내놓는다는 비판이다.
이씨는 지난 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문의 글을 올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심정을 토해냈다.
이씨는 ‘제 앞에 있는 건 죽음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목 놓아 울어봐도 분통이 터져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며 지난달 28일 자신을 만난 권 변호사로부터 ‘소송이 취하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취하란 본디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가 하는 것이기에 어찌 된 일인지 물어본 이씨에게 권 변호사는 ‘재판 기일에 출석하지 않아 취하가 됐다’며 털어놨고, 그 말에 이씨는 바위가 가슴을 내리친 듯한 고통을 느꼈다고 한다.
이씨의 글에 따르면 권 변호사는 재판에 출석하지 못한 이유로 ‘한 번은 법원까지 갔으나 쓰러져서 못 갔고, 두 번째 기일은 수첩에 날짜를 잘못 적어놔서 못 갔다’는 취지로 말했다. 소송이 취하된 시점은 지난해 10월로 이씨는 SNS에서 “5개월 동안 변호사는 말 한마디 없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같은 글 말미에서 ‘다른 변호사가 해당 재판 기록을 살펴보니 권 변호사는 두 번이 아닌 세 번 재판기일에 불참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면서, “가해자들이 재판에서 승소했다고 떠들고 다니겠구나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다 못해 망연자실하다”고 썼다. 그리고는 “법을 잘 아는 변호사는 딸을 두 번 죽인 것이며, 자식 잃은 어미의 가슴을 도끼로 찍고 벼랑으로 밀었다”고 했다.
권 변호사는 현재 언론의 질의 요청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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