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 셋째도 사람"···SK 70년 이끈 '인재중심' 경영

박민주 기자 2023. 4. 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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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 창립 70돌 맞아 최종건 창업주·최종현 선대회장 어록집 발간
"구부러진 것은 펴고 끊어진 것은 잇는다"
6·25전쟁 폐허 속 '메이드 인 코리아' 새겨진 인견직물 최초 수출
"슬기와 용기로 뚫지 못할 난관은 없다"
자율성 우선 기업문화 기반으로 정유·정보통신·반도체 영역 넓혀
폐암 수술을 받은 최종현(가운데) SK 선대회장이 IMF 구제금융 직전인 1997년 9월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SK
[서울경제]

“구부러진 것은 펴고 끊어진 것은 잇는다.”

1953년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공장에서 고(故) 최종건 SK(034730) 창업회장이 잿더미 속에 흩어진 부품을 주우며 한 말이다. 그렇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패기로 설립된 선경직물은 SK 70년 역사의 시작이 됐다. 조그만 직물 공장에서 원사 공장으로, 이후 정유·에너지와 정보 통신, 반도체, 바이오 분야로 사업 영역을 차례차례 넓혀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를 이은 특유의 기업가정신이 있었다. 재계에 유례없는 형제 회장들의 패기와 지성은 무수한 어려움과 위기의 순간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며 SK 70년 역사의 기틀을 마련했다.

SK그룹은 이달 8일 창립 70주년을 앞두고 최 창업회장과 고 최종현 선대회장 형제의 대표적 어록을 정리한 책 ‘패기로 묻고 지성으로 답하다’를 6일 발간했다. 두 사람이 생전에 남긴 주요 어록 약 250개를 일화와 함께 소개하면서 기업 경영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를 고민한 이들의 뜻이 지금의 SK에 어떻게 계승됐는지 조명한다.

◇최빈국을 경제 선진국으로···수출 물꼬 튼 '메이드 인 코리아'=최 창업회장은 1953년 버려진 직기를 재조립해 선경직물을 창립했다. SK에서는 통상 이를 그룹 창립 시기로 본다. 이후 그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새겨진 인견 직물을 최초로 수출하며 우리나라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평생 실천했다. 특히 “회사의 발전이 곧 나라의 발전”이라며 자신 세대의 노력이 후대를 풍요롭게 한다는 철학을 입버릇처럼 제시했고 “우리의 슬기와 용기로써 뚫지 못하는 난관은 없다”며 맨바닥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발전과 성장만을 미덕으로 삼던 시대에 최 창업회장은 또 “돈으로 사람을 살 수 없다. 마음을 주고 사야 한다”며 인간의 가치와 구성원 복지에도 관심을 기울였다고 SK는 전했다.

◇존폐 위기에서 글로벌 기업으로···통찰력이 만든 재계 2위=그로부터 20년 후인 1973년 형의 유고로 기업을 승계한 최 선대회장은 지정학적 위기와 석유파동으로 사업이 존폐 위기에 직면할 정도로 아찔한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최 선대회장의 ‘지성’은 위기 상황을 오히려 체질 개선과 도약의 기회로 삼았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전신인 유공 인수와 국내 대표 통신사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가 대표적이다. 두 사업 진출을 통해 SK는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최 선대회장은 또 SK 고유의 경영관리 체계인 SKMS(SK Management System)를 정립하며 사람이 중심인 SK 만의 독보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었다. 그는 “첫째도 인간, 둘째도 인간, 셋째도 인간”이라며 기업 경영에서 가장 역점을 둬야 하는 것은 인간 위주의 경영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철학에 따라 1975년 국내 최초의 기업 연수원인 선경연수원을 설립했고 회장 결재란과 출퇴근 카드 폐지, 해외 경영학석사(MBA) 프로그램 도입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행보로 SK만의 독보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었다.

◇대를 이은 기업가정신···최태원 “SK 70년 도약과 미래 동력 될 것”=두 회장의 경영 철학은 고스란히 최태원 회장에게 이어졌다. 최 회장은 2021년 대한상의 회장에 추대됐을 때 “국가 경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밝힌 후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과 글로벌 경제협력 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과감하게 조정하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인재 양성에 힘쓰는 것도 SK 전통을 계승한 결과다. 그 결과 SK는 바이오·배터리·반도체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의 혁신을 거듭하며 외형 성장뿐 아니라 질적인 변화를 이뤘다.

2012년 인수한 SK하이닉스(000660)는 연간 2000억 원대의 적자를 내던 부실 기업에서 현재 매출 4배, 시가총액 6배가 상승한 글로벌 대표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다. 바이오 분야 역시 30년 넘게 이어진 최종현·최태원 회장 부자의 소신 경영 끝에 신약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최 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의 삶과 철학은 단지 기업의 발전에 머무르지 않았고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향해 있었다”며 “선대의 도전과 위기 극복 정신이 앞으로 SK 70년 도약과 미래 디자인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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