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휴일’ 분수대가 검게 물들었다... 스페인광장서 무슨 일이
이탈리아 환경단체가 “화석 연료 사용을 멈추라”며 로마 스페인광장 바르카치아 분수에 검은 액체를 쏟아붓는 시위를 벌였다. 정부는 환경단체 측에 문화유산 복원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5일(현지 시각) 안사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Ultima Generazione·마지막 세대) 활동가 4명은 지난 1일 로마 스페인광장 계단 입구 중앙에 위치한 바르카치아 분수에 검은 액체를 쏟아부었다. 정부와 기업에 화석 연료 사용을 멈추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말자”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활동가들이 트위터에 직접 올린 영상을 보면, 한 활동가가 분수대 안에 들어가 검은 액체를 콸콸 쏟아붓는다. 시민과 관광객 수십명이 인근에 몰려들어 웅성거리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투명하고 맑던 분수대 물은 이내 짙은 검은색으로 물든다. 또 다른 활동가는 분수대 안에서 화석 연료 사용을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펼쳐 보인다. 활동가들이 쏟아부은 검은 액체로 인해 물이 다 빠진 분수대는 검게 착색된 모습이다.
활동가들은 이 같은 일을 벌인 이유에 대해 “우리가 화석 연료 사용에 의해 가뭄 등 비상사태를 겪고 있는 것에 비하면 이 행동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권력을 가진 자들이 우리 눈앞에서 훨씬 더 큰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최소한의 조치를 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이들은 ‘환경보호를 하자면서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행위는 모순’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환경을 보호하자면서 화석 연료 사용을 제한하지 않는 방식으로 정치하는 사람들의 모순이 더 심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은 액체는 숯으로 만든 식물성 먹물로, 영구적인 손상을 남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환경단체 측의 ‘과격한’ 시위 방식을 지적하며 복구 비용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젠나로 산줄리아노 문화부 장관은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우리의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사람들은 도망칠 수 없으며,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손상된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데 드는 비용을 기후 활동가들이 지불하도록 관련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복원에는 전문 인력과 고가의 장비가 투입되기에 비용이 많이 든다”고 했다.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 시장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바르카치아 분수에 검은 액체를 붓는 것은 환경에 도움을 주지도 않고 절대적으로 잘못된 행동”이라면서도 “신속하고 섬세한 청소 덕분에 영구적인 손상은 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바르카치아 분수는 1629년 피에르토 베르니니가 완성했으며, 반쯤 좌초된 배 형태로 제작됐다. 로마를 상징하는 랜드 마크 중 하나로 꼽힌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젤라토를 먹은 장소로 유명한 스페인 계단 바로 앞에 위치했다. 때문에 현지인은 물론 전 세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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