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데 왜 반대하죠?...병원·약국 90%가 먼저 하자는 ‘이 것’

심희진 기자(edge@mk.co.kr),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2023. 4. 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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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정부가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는 작업에 착수하면서 의약계 단체들이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진이 환자를 직접 보지 않으면 부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내려질 수 있고 의약품이 배송되는 과정에서 오염되거나 분실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실제 비대면으로 환자를 만나본 ‘민초’ 의약사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의약계 단체들의 우려와 달리 지난 3년간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전문가로서 직능을 더 많이 발휘할 수 있다는 점, 환자의 의료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점 등을 들어 비대면진료를 반기고 있다.

6일 닥터나우에 따르면 이 회사에 제휴 의사를 먼저 밝힌 병의원·약국은 전체의 95%가 넘는다. 닥터나우는 현재 3000여곳의 병의원·약국과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플랫폼인 굿닥에는 병의원·약국이 6400여곳 입점해있는데 이들 중 90%가 먼저 참여 의향을 드러냈다. 나만의닥터 역시 병의원·약국 1000여곳 중 85~90%가 자진해서 플랫폼 문을 두드렸다고 밝혔다. 한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병원이나 약국 유치를 위한 영업은 거의 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많은 의약사들이 플랫폼에 먼저 손을 내민 데에는 전문가로서 직능을 자유롭게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전에는 시간적·거리적 한계로 치료를 포기하고 병을 키우던 환자들이 플랫폼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병의원·약국을 찾는 구조로 바뀌면서 의약사가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와 범위도 그만큼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현재 비대면진료 플랫폼에선 주중, 주말 구분없이 24시간 의사와 환자가 만날 수 있고 처방약도 30분 이내로 배송 가능하다. 이용 가능한 진료과목도 소아청소년과, 내과 등 20여개로 다양하다.

비대면진료에 참여 중인 한 약사는 “이전엔 항상 같은 병원에서 처방전이 내려왔기 때문에 비슷한 약만 다뤘는데 이젠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처방전을 받다 보니 그동안 공부한 것을 현장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 제휴 병원 의사는 “비대면진료에선 문진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알고 있는 지식을 충분히 전달하다 보면 환자들이 만족해하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일선 의약사들의 호응에 힘입어 닥터나우는 지난 3일 약 배송 시간대를 확대키로 했다. 기존에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가능했던 것을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로 늘린 것이다. 지난달 시범운영 결과 약 배송 건수는 이전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과목별로는 소아과 비중이 가장 높았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연령별로는 30대 여성들이 제일 많이 이용했다”며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일수록 늦은 밤 외출이 쉽지 않기 때문에 배송 서비스를 적극 활용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100억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공공심야약국 사업이 참여 약국 수가 저조한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정부가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나섰지만 플랫폼 업체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초진과 재진을 나눠 재진 환자에만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이 플랫폼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플랫폼 이용객들의 99%는 초진환자다. 재진은 동일한 병명코드로 같은 의사에게 30일내 진료를 받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한 차례 고열을 앓았던 아이가 31일째되는 날 다시 고열에 시달려도 초진이고, 감기몸살 치료를 받은 환자가 3일 뒤 담당의사 부재로 똑같은 증상을 다른 의사에게 호소할 경우 역시 초진에 해당한다. 정부와 국회가 재진만 가능한 것으로 밀어붙인다면 이들 모두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없다.

한 플랫폼업체 관계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 가운데 비대면진료가 불법인 곳은 우리나라뿐이고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G7 국가(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이탈리아·캐나다)들은 모두 초진부터 허용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다음달 코로나19 종식 선언과 함께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사라지고 조만간 비대면진료 자체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여야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스타트업 연구지원 단체 ‘유니콘팜’이 지난 4일 초진부터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비대면진료 관련 법안이 4건 발의됐지만 모두 재진만 허용하고 있다. 업계의 이목은 오는 19일 열릴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쏠려있다.

예성민 SNU현대의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재진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긴급할 때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참는 대신 누구든 비대면진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환자 조건을 과도하게 제한하기 보단 지금처럼 질환의 종류나 증상의 경중에 따라 의사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사는 “재진만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재 초진환자를 상대하고 있는 수많은 의사들의 전문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초진 환자까지 비대면진료 범위를 넓히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다만 유니콘팜이 발의한 초진 허용 법안도 국회법안 심의 과정에서 함께 논의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편의성보단 안전성이라는 건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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