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1호 판단, ‘원청 처벌 가능’ 확인해준 판결”
법원, 법인·대표에게 의무 미이행 책임 부과
”근로자 관행도 원인... 모든 책임 부과 부당”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사건에 대한 법원의 1호 판단은 ‘원청기업 대표 유죄’였다. 법조계에서는 이 판결을 두고 법이 정한 대로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다는 점과 양형 요소로 근로자의 관행 등 여러 제반 사정이 고려된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이날 오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 치사) 혐의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 대표 정모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법인에게는 벌금 3000만원이, 온유파트너스와 아이코닉에이씨의 각 현장 소장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정씨 등은 지난해 5월 경기 고양시 소재 요양병원 증축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하청 노동자 추락 사고와 관련,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지키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씨 등이 안전대 부착이나 작업계획서 작성 등 안전보건 규칙상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해당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권한 있는 원청도 처벌’ 확인해준 판결”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줬다고 본다. 그간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있었지만,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지 않으면서 무수한 논란을 낳은 바 있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업체에 대한 벌금형, 2020년 4월 이천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 기업 무죄 등의 그 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산업재해에 대해 최근 사업주·도급인에 무거운 사회적·경제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상당한 합의가 이뤄졌다”며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제정됐지만, 피고인들이 의무위반 행위에 나아갔고,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 일부만 이행했더라도 (사망이)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대형로펌의 한 중대재해처벌법 전문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기본적인 사항을 확인해 준 판결”이라며 “경영자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기준이나 정도 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안전보건관리 체계 수립이나 이행 등에 관해 모호하다는 논란이 있었던 만큼 재판부가 일종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의미다.
◇“다양한 제반 사정, 양형 요소로 고려”
중대재해처벌법의 높은 법정형과 이 사건에서 양형 인자로 여러 요소가 반영된 점을 고려하면 형량도 적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만들고 유지·관리하도록 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그 인과관계에 따라 처벌한다. 이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경영자의 의무 준수 여부, 근로자의 책임 등을 따지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다만 피해자의 사망은 건설근로자 사이에서 만연한 안전난간 임의적 철거 등의 관행도 원인이 됐다”며 “이 책임을 모두 피고인에게만 부과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했다. 아울러 “피고인이 유족에게 진정 어린 사과를 했고,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법이 정한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밝힌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법이 정한 구성요건을 하나하나 검토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대형로펌의 중대해재 전문 변호사는 “근로자들의 관행이 뿌리뽑히지 않았다고 판단한 점,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은 중대재해처벌법 구성요건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라며 “판단할 때 구성요건별로 하나씩 판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경영자에게 책임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그 부과 정도가 과도하지 않았다고 보인다”며 “안전보건관리 의무 등을 지켰다는 점만 인정되면 실형은 선고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판결은 지금까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4건 중 1호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인 건설 현장에 적용되며 법정형은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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