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예술단체장 최초 4연임 성공한 강수진 국립발레단장[who's who]

오홍석 기자 2023. 4. 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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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진 국립발레단장 겸 예술감독이 국내 국립예술단체장 중 최초로 4연임에 성공했다.

1967년 서울 태생의 강 단장은 원래 고전무용을 전공하다 선화예중 1학년 때 발레로 전공을 바꿨다.

발레리나 커리어 막바지 시절인 2012년, 강 단장은 여성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은퇴 후 후배들을 위해 사는 것이 꿈이란 목표를 밝힌 바 있다.

4월 5일 4연임이 확정된 강 단장은 2026년까지 국립발레단을 이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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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장 4연임이 확정된 강수진 단장 겸 예술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겸 예술감독이 국내 국립예술단체장 중 최초로 4연임에 성공했다. 1967년 서울 태생의 강 단장은 원래 고전무용을 전공하다 선화예중 1학년 때 발레로 전공을 바꿨다. 선화예고 1학년일 당시 모나코 왕립발레학교 교장의 눈에 띄어 입학제의를 받았고, 3년간의 유학을 시작으로 해외활동이 시작됐다. 2008년 여성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강 단장은 처음 유학을 떠났을 당시의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털어놨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발레를 하러 외국으로 떠난다는 사실에 들떴었죠. 그런데 유학 간 첫날 등교하자마자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모두들 저보다 월등히 나은 실력을 갖고 있었거든요.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땅에서 혼자 살아가며 그들과 경쟁할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하더라고요. 다 그만두고 싶었어요."

독보적인 이력의 기록 파괴자
2002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카멜리아의 여인‘에서 열연 중인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좌절을 이겨낸 그는 1986년 세계최고의 발레단으로 손꼽히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아시아인 최초로 입단한다. 이후 1994년에는 솔리스트, 1997년에는 수석 발레리나가 됐고, 2002년에는 아시아인 최초로 종신단원이 됐다. 상복도 따랐다. 강수진 단장은 1999년 '무용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했으며 2007년에는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정부로부터 궁중 무용가에 해당하는 '캄머탠처린(Kammertanzerin)’으로 선정됐다. 캄머탠처린은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경지에 오른 예술인에게 수여하는 상징적 지위다.

강 단장이 오랜 시간 정상의 자리를 지킨 비결은 다양하겠으나, 단연 끊임없는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발레리나 시절 지독한 연습벌레로 정평이 나있었다. 여전히 회자되는 강 단장의 발 사진을 비롯해 그는 자신의 연습에 대한 강박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가령 슈투트가르트 무용수 시절, 그는 슈투트가르트 국립극장 5분 거리에 살며 오전 10시부터 하루 8~9시간 동안 매일 연습했다. 공연을 앞두고는 밤 11시까지 연습할 때도 있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늘 어딘가 아프고, 아프지 않은 날은 '내가 연습을 게을리 했구나’ 하고 반성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후배들을 위해 사는 것이 꿈이다"
강수진 단장은 불혹(不惑)을 넘긴 나이인 49살까지 현역으로 활동했다. 2016년 러시아의 문호 알렌산드로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원작으로한 드라마발레 '오네긴'을 마지막으로 토슈즈를 벗었다. 그가 슈튜트가르트 무용단에 입단한지 30주년이 되던 해였다.

발레리나 커리어 막바지 시절인 2012년, 강 단장은 여성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은퇴 후 후배들을 위해 사는 것이 꿈이란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발레 세계에도 여러 개의 문이 있고 지도자든 감독이든 할 수가 있는데,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모르죠. 그때 가서 제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문을 열겁니다"라고 말하며 향후 진로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그는 행정가의 문을 열었다. 2014년 현역일 당시부터 국립발레단장을 맡기 시작했다.

4월 5일 4연임이 확정된 강 단장은 2026년까지 국립발레단을 이끌 예정이다. 취임식에서 그는 "저는 '앞에서 끄는 사람’이 아니라 '뒤에서 미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수진이란 이름 대신 국립발레단이 빛날 수 있도록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는 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다양한 레퍼토리를 확보해 국내 발레의 해외 진출을 본격화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발레의 본고장에서 개척자로 살아온 그가 행정가로서는 후배들에겐 어떤 길을 열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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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원 동아DB

오홍석 기자 lumie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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