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칩 싹쓸이했던 TSMC 기술, 삼성 "4분기 적용"
시간·원가 줄여주는 팬아웃 기술
TSMC, 2016년 상용화 물량 선점
생산 점유율 48%···삼성 0.6% 그쳐
미세공정 한계에 칩 이종결합 활발
삼성 '아이-큐브' 등 패키징 고도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첨단 패키징 기술인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를 올 4분기부터 양산 라인에 본격 도입한다. FOWLP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라이벌인 대만의 TSMC가 강점을 갖고 있다. TSMC는 이를 무기로 삼아 애플의 스마트폰용 칩 물량을 싹쓸이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어드밴스드패키징(AVP) 사업팀을 새롭게 꾸려 후공정 기술 투자에 집중하는 이유다. 차세대 파운드리 기술은 물론 반도체 핵심 분야로 꼽히는 패키징 분야까지 점령하려는 TSMC를 추격하기 위해서다.
조병연 삼성전자 AVP 사업팀 수석 엔지니어는 5일 경기 수원시에서 열린 한국마이크로전자 및 패키징학회 2023년 정기학술대회에 참석해 회사의 첨단 패키징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FOWLP 양산 예상 시점을 밝혔다. 조 수석은 “올해 4분기부터 삼성전자 프리미엄 시스템 반도체 ‘엑시노스’에 FOWLP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FOWLP는 TSMC가 리드하고 있는 최첨단 패키징 기술이다. 칩 두께를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는 데다 시간도 절약하고 원가도 절감할 수 있다. TSMC는 FOWLP 기술을 2016년에 상용화해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기술로 현재 연간 평균 11%씩 성장이 예상되는 팬아웃 시장 생산량 중 48%의 점유율을 차지할 만큼 독보적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동그란 웨이퍼가 아닌 사각형 모양으로 재배열해 패키징하는 ‘패널레벨패키지(FOPLP)’로 TSMC 기술에 대응했다. 다만 시장 확대와 기술 확장의 한계가 문제로 지적되자 올해 말부터 PLP와 WLP 기술을 ‘투트랙’으로 양산 적용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 수석은 FOWLP 기술 외에도 패키징 고도화를 위한 다양한 준비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커다란 기판 위에 시스템 반도체와 다수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결합하는 ‘아이-큐브’ 기술 개발 현황을 예로 들었다. 삼성전자는 2021년 기판 위에 4개의 HBM을 얹는 ‘아이-큐브 4’를 공개한 바 있다. 조 수석은 “내년 4분기면 HBM 탑재 수를 12개로 늘린 ‘아이-큐브 12’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8개의 HBM을 얹는 기술은 개발을 완료했고 ‘아이-큐브 12’는 샘플 칩을 완성한 단계로 내년이면 구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패키징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이 분야가 차세대 반도체 시장 승부처로 꼽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수 ㎚(나노미터·10억분의 1m) 폭의 미세 회로를 만드는 전 공정 작업이 한계에 다다르자 각종 칩을 하나의 반도체처럼 합치는 ‘이종결합’ ‘2.5D, 3D 패키징’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 1위 TSMC는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설비투자액인 160억 달러(21조 원) 가운데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고급 패키징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애플은 물론 미국 엔비디아·AMD 등 반도체 ‘큰손’들의 수주를 따내며 기술 리더십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패키징 투자는 다른 반도체 라이벌 회사에 비해 늦은 편이다. 그러나 지난해 태스크포스(TF)팀 조직이었던 AVP 사업팀이 올해 정식 조직으로 격상하면서 TSMC 추격에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올해는 TSMC에서 약 19년간 패키징 기술 개발했던 린준청 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첨단 패키징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려면 더욱 속도감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김재동 앰코테크놀로지 본부장은 “삼성의 지난해 패키징 투자율은 TSMC의 절반도 안 되는 상황”이라면서 “반도체 업계에서 선도 업체보다 적은 투자로 기술을 따라잡는 것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강해령 기자 h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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