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전기·가스 요금 인상 ‘명분 찾아 삼만리’…“한전·가스공사, 뼈와 살 깎는 노력하라”
국민의힘과 정부가 전기·가스 요금 관련 협의 자리를 6일 또다시 가졌지만 요금 인상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의 “자구 노력”을 강조하며 “뼈와 살을 깎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요금 인상 방향은 분명하지만 여론 악화를 고려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전기·가스 요금 관련 민·당·정 간담회’를 마친 뒤 요금 인상 발표 시점을 묻는 기자들에게 “아직 내부 결론이 난 상황이 아니고 지금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장은 “오늘 한전과 가스공사는 자구노력 방안을 보고했다”며 “고강도 긴축 경영을 통한 비용 절감 등으로 각각 2026년까지 총 14조원, 합치면 28조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강도높게 추진, 노력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전기·가스) 요금 미조정 시 파급 영향이라든지 요금을 조정할 경우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 부분, 지원을 확대하는 부분, 소상공인들이 요금을 분할 납부하는 제도가 조기에 시행돼 부담을 덜어주는 부분, 에너지 캐시백 제도 활성화 등 다양한 국민 부담 경감 방안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 의장, 류성걸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 등 여당 측과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 등 정부 인사가 자리했다. 민간에선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등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계자가 참석해 의견을 냈다.
당정 간 전기·가스 요금 인상 논의 자리는 지난달 29일·31일에 이어 이날이 세 번째다. 직전 당정협의회에서 올 2분기 요금 인상안을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으나 시민 반발을 고려한 여당이 정부 인상안에 제동을 걸었다. 박 의장은 당시 브리핑에서 “전기와 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면서도 “다만 인상 시기와 폭에 대해서는 산업부가 제시한 복수의 안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는 적자 상황인 한전·가스공사의 자구책이 먼저 마련돼야 국민 반발을 덜 수 있고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세라는 점을 고려해 인상안 재검토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 관련 공기업들이 요금 인상에 적극적인 면도 여당이 반발한 요인으로 전해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문재인 정권 때는 요금 인상에 적극적이지 않다가 정권이 바뀌니 정반대로 뒤바뀌느냐’며 불쾌감을 표했다고 한다.
당정이 요금 인상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있는 만큼 전기·가스 요금 인상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다만 당에서는 지지율 하락과 물가 부담 상황에서 여론을 설득할 명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의장은 공장 등 대규모 설비와 기업 사무실 등의 전기·가스 사용량이 큰 것을 감안해 조만간 산업계 입장을 청취할 예정이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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