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직원 사칭 보이스피싱 ‘현금 전달책’…무죄→징역형 왜?

이종재 기자 2023. 4. 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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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해 보이스피싱을 벌이는 조직의 '현금 전달책' 역할을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20대가 2심에서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A씨는 2021년 7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으로부터 '현금을 회수하는 일을 하면 건당 8만원 이상의 수수료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금융기관 직원 등을 사칭하며 피해자들을 만나 돈을 받은 뒤 범죄조직 계좌로 송금한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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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해 보이스피싱을 벌이는 조직의 ‘현금 전달책’ 역할을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20대가 2심에서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제1형사부(심현근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24)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7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으로부터 ‘현금을 회수하는 일을 하면 건당 8만원 이상의 수수료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금융기관 직원 등을 사칭하며 피해자들을 만나 돈을 받은 뒤 범죄조직 계좌로 송금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해 7월8일 A씨는 원주시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현금 1640만원을 받은 것을 비롯 보름 동안 총 4차례에 걸쳐 4940만원을 가로채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계좌에 송금하는 등 ‘현금 전달책’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부터 1심 법원에 이르기까지 “내가 한 일이 보이스피싱인지 몰랐다”고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돈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메시지는 이동할 장소, 계좌번호 등 단순한 지시가 기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이고 보이스피싱을 암시하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며 “업무를 지시한 자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조직원이라거나 수거한 돈이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인한 피해금이라는 사실을 피고인이 알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직접증거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춘천지법 전경./뉴스1

이 판결에 불복한 검사는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이 있다”며 항소했다.

검사 측은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나마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가담한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현금을 수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사 항소를 살핀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업무가 보이스피싱 범행의 일정 부분을 수행하는 것임을 의심하고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보이스피싱 범행의 완성에 필수적인 역할을 분담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사리판단능력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이미 널리 알려진 보이스피싱 범행에 대한 일반적인 수준의 인식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피고인에게 사기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leej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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