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고, 시장은 얼고..대출금 줄자 가계 여윳돈 36조, 주식 비중 최대폭 하락

김나경 2023. 4. 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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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국은행 자금순환 잠정 통계
지난 3월 30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예금금리 광고가 붙어있다. 뉴시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금리가 오르고 위험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가계 여윳돈이 36조원 가량 늘었다. 가계가 투자 시장에서 굴리는 돈과 대출을 줄이고 안전자산인 예금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도 확인됐다. 반면 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금융회사에서 더 많은 돈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자금순환 통계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순자금운용 규모는 39조 2000억원으로 전년(87조 9000억원) 대비 큰 폭 축소됐다. 순자금운용은 금융자산 거래액(자금운용)에서 금융부채 거래액(자금조달)을 뺀 값이다.

■가계 여윳돈 36조↑.. 주식 비중 17.8%로 줄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경우 시장에서 굴린 돈, 또 대출금이 크게 줄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금운용은 182조 8000억원으로 전년(146조 9000억원) 대비 35조 9000억원 확대됐다. 순운용 규모가 늘어난 건 대출금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자금조달은 80조 6000억원으로 1년새 110조원 이상 줄었다. 특히 예금취급기관 대출금은 2021년 143조 4000억원에서 지난해 46조 4000억원으로 줄었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 상승, 대출규제 지속, 주택경기 둔화 등으로 예금취급기관 대출금을 중심으로 조달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위험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시장에서 굴리는 돈'도 줄었다. 주식시장이 부진하고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주식과 결제성예금, 증권기관 예치금 등을 중심으로 운용이 축소됐다. 반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저축성예금, 채권 운용은 늘었다.

특히 안전자산으로의 머니무브 현상이 확인됐다. 가계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8%에서 17.8%로 3.0%p 줄었다. 역대 최대폭 하락이다. 예금 비중은 43.5%, 채권 비중은 2.5%를 기록했다. 보험과 연금 준비금은 31.0%로 전년(30.4%) 대비 소폭 높아졌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가 2522로 하락하는 등 유가증권 시장이 부진했다.

■공기업은 채권 발행, 민간기업은 銀 대출로 자금조달
반면 비금융법인, 즉 기업에서는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 '빌리는 돈'(자금조달)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유가(WTI)가 배럴당 94.6달러로 약 26달러 오르고, 원달러 환율이 1292원으로 150원 가까이 오른 영향이다.

직접금융 조달 여건이 나빠진 가운데 공기업은 채권 발행, 민간기업은 대출금을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특히 지난해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한전을 비롯해 에너지 관련 공기업은 채권 발행으로, 민간기업은 은행 등에서 돈을 빌려 자금을 마련했다. 특히 공기업의 채권발행이 17조 1000억원에서 48조 1000억원으로 25조원 늘어난 반면, 민간기업 채권발행은 17조 5000억원에서 10조원 이상 줄었다.

비금융법인의 금융부채를 보면 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2.0%로 전년(50.8%) 대비 소폭 줄었고, 채권은 18.2%에서 17.5%로 줄었다.

또 자금수요 확대로 금리가 낮은 금전신탁, 결제성예금을 중심으로 운용이 크게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저축성예금이 56조 9000억원으로 20조원 가량 늘어난 반면, 결제성예금은 34조 2000억원에서 1조 8000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정부지출은 크게 늘었다. 총세입이 573조 900억원으로 50조원 가량 늘었지만, 세출이 더 크게 늘었다. 총세출은 496조 9000억원에서 지난해 559조 7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보조금 및 경상이전지출이 370조 3000억원에서 443조원으로 늘었으며, 정부소비지출은 GDP 중 7.1%로 전년(7.5%)대비 소폭 축소됐다. 한국은행은 "국세수입이 증가했지만 코로나19 대응 재정집행 등으로 정부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순조달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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