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면 불법 되는 비대면 진료… 스타트업 ‘발동동’
법제화 공감하지만 ‘초진 허용’ 놓고 이견
스타트업 “정부·의료단체와 대화 한 번 못해”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허용한 비대면 진료를 다음달 다시 중단키로 했다. 정부와 국회, 산업계가 초진 허용 등 구체적인 사안에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탓이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운영 중인 스타트업들은 “영업정지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제대로된 대화도 나눠보지 못했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2월부터 ‘심각’ 이상의 위기경보에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현행 감염병관리법에 따라 비대면 진료를 한시 허용하고 있었다. 지난 3년간 닥터나우, 굿닥 등 30개에 달하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만들어졌고, 지난 1월 말 기준 총 2만5967개 의료기관이 1379만명의 비대면 진료를 봤다. 국민 네 명 중 한 명은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았던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기간 비대면 진료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령층 건강 증진에 일부 기여할 수 있고 이용자들의 반응도 좋았고 심각한 의료사고는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비대면 진료가 사회에 어느 정도 안착했다고 본 것이다.
이런 긍정적 평가와 효과와 달리, 국내 비대면 진료는 오는 5월 중단된다. 이달 말 또는 내달 초로 예정된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긴급위원회에서 공중보건비상사태 종료 선언이 나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서다. 한국 정부 역시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관련 법이 정리되지 않아 위기경보 단계에 따라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6월까지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의료법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이나, 의료계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국회도 여야로 의견이 엇갈리며 법 개정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의사단체와 일부 국회의원은 비대면 진료의 안정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만성질환 재진 등 제한적으로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는 이같은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 4건이 발의돼 심사를 앞두고 있다.
현재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자의 99%가 감기 등을 급히 진료받으려는 초진 환자라는 점에서 플랫폼 운영 스타트업들은 반발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해외처럼 주치의 중심의 의료체계에서는 재진이 많지만, 한국은 의료보험 중심이기 때문에 특정 병원을 고집하기보다는 ‘지금 가장 가까운’ 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해외에 비해 초진 비율이 매우 높고 재진 비율은 낮다”며 “만성질환 재진에 한해서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자는 것은 사실상 비대면 진료를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해외 국가에선 비대면 진료가 제도로서 보장되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지 않는 곳은 한국뿐이다. 미국과 일본은 1997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고, 계속해서 적용 범위 등을 확대했다.
최근에는 관련 규제를 모두 푼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국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비대면 초진의 경우 주요 7개국(G7) 중 이탈리아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허용하고 있다. 이에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이 대면 진료가 꼭 필요한 사례를 제외하고 비대면 초진을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당장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운영할 수 없게 된 스타트업들은 정부, 의료계와의 대화가 절실하다다는 데 입을 모은다. 그러나 복지부를 비롯해 의사단체, 약사단체 등과 만남의 자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성사되지 않았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복지부와 의사단체, 약사단체에게 대화를 요청했지만 한 자리에 다같이 모이기는커녕 일대일 대화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며 “지금의 비대면 진료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협의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 3년 간 문제 없이 3000만건 이상 쓰인 서비스를 한 순간에 불법이 되도록 두는 건 사형선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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