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면적 줄여 수확기 쌀 ‘20만원’ 수준 유지…농업직불금 내년 3조로
정부가 벼 재배면적을 줄여 올해 수확기 쌀값이 80㎏ 기준 20만원 수준을 유지하도록 수급안정대책을 추진한다. 농업직불금 예산은 내년 3조원 이상으로 늘리고 2027년까지 5조원 수준으로 확대한다. 현행 공익형 직불제는 중소농의 소득보전을 높이는 방식으로 개편을 추진하고, 개별농가의 실제 소득 정보에 기반한 경영안정 지원방안도 도입한다.
다만 농업직불금 확대 등 굵직한 대책들이 국정과제 등 기존에 나왔던 내용들인데다가, 세금 투입을 통해 적정선의 소득보장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양곡법 개정안과 뚜렷한 차이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6일 민·당·정 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쌀 수급안정, 직불제 확대 및 농업·농촌 발전방안’을 논의하고 확정·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정부의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재의요구 의결 이후 대통령의 대책 강구 지시에 따라 마련됐다.
우선 올해 수확기 쌀값이 20만원(80㎏) 수준을 유지하도록 대책을 추진한다. 지금까지 쌀 가격(80㎏)이 20만원을 넘은 것은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 였다.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은 “2021년 직전 5년간 수확기 평균가격은 19만3000원, 22년 직전 5년은 대략 19만9000원 수준”이라며 “최근 쌀값 흐름을 봤을 때 이정도는 농가들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먼저 올해 신규로 도입한 전략작물직불(예산 1121억원)을 통해 논에 콩, 가루쌀, 하계 조사료를 재배하는 농가에 1헥타르(ha·1만㎡) 당 100만원에서 430만원을 지원, 벼 재배면적을 1만6000㏊ 줄일 계획이다. 농지은행을 통해 농지를 임대할 때도 타 작물 재배의무를 부여하여 2000㏊ 규모의 벼 재배면적을 줄일 예정이다. 7개 시·도와 29개 시·군도 쌀 적정생산 대책을 추진하여 논 타작물 재배 농가에 1㏊당 100만~200만원을 지원한다.
지자체와의 벼 재배면적 감축 협약에 참여한 농가·농업법인에게는 공공비축미 추가 배정 등의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농지은행의 임대농지 중 일부는 5년간 임대료 80%를 감면하여 타작물 재배를 지원한다.
쌀값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에는 올해처럼 시장격리 등 별도의 수확기 대책도 추진한다.
정부는 다만 80㎏에 20만원은 정부의 목표가격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김 차관은 “20만원은 과거 흐름을 봤을 때 평년 수준의 가격이고, 그정도 가격이 형성될 수 있도록 과감하고 선제적인 방법으로 시장격리를 하겠다는 뜻이지 목표가격이나 보장 가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세금 투입으로 벼재배 소득보전을 한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기본방향은 시장기능에 의해서 수급조절 원칙으로 하지만 쌀의 정치적인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시장 기능에 의해서만 수급이나 가격이 결정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며 “세금을 투입한다는 점은 같지만 수급불균형을 악화하는 방식으로 쓸 것인지 개선하는 방식으로 쓸 것인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농업직불금 예산은 3조원 이상으로 늘리고, 2027년까지 5조원 수준으로 확대한다. 농업직불금을 5조원으로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농업분야 대표 국정과제다.
공익형 직불제는 중소농 중심으로 소득보전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농가별·품목별 실제 수입·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 변동하는 경우 이를 완화해주는 경영안정 프로그램도 도입할 예정이다.
고령농의 은퇴 후 소득을 보장하면서 청년에게 농지를 이양하기 위한 경영이양직불제는 올해 안에 개편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한다.
농업 인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내·외국인 인력 공급을 대폭 늘리고, 농업인들이 제값을 받고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도록 농산물 유통을 디지털화한다. 이 밖에 청년농과 스마트 농업 육성을 추진하며 푸드테크 산업도 활성화해 이 분야에서 유니콘기업을 30개 육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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