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철창 신세’ 곰 두마리, 이젠 곰숲에서 산다

김기범 기자 2023. 4. 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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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을 위해 마취된 곰의 모습.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사육곰 농장서 임시보호시설로
국내 사육 농가 19개소로 줄어

15년 평생 좁은 철창에 갇혀 살던 곰 두 마리가 임시 보호시설에서 새 삶을 산다. 이 곰들을 사육하던 농가가 폐업하면서 국내의 사육곰 농장은 19곳으로 줄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와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달 26일 강원도 화천 사육곰 농장에서 15살 정도의 사육곰 2마리를 추가로 구조했다고 6일 밝혔다. 앞서 두 단체는 2021년 6월 농장주의 사육 포기로 갈 곳이 없어진 사육곰 15마리를 구조해 화천의 임시 보호시설에서 돌봐왔다. 그동안 노환 등으로 3마리가 사망했고 이번에 2마리가 더해져 모두 14마리가 임시 보호시설에서 생활한다.

두 단체는 농장주를 설득해 남아있던 곰 두 마리를 구조했으며, 곰 사육 시설은 철거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국내 사육곰 농장은 20개소에서 19개소로 줄었다. 곰 사육 농가에 남아있는 곰은 300여마리다.

마취 후 곰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수의사.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이번에 구조된 사육곰 중 한 마리는 왼쪽 뒷다리에 장애가 있다. 농장주의 증언에 따르면 이 곰은 새끼 때 옆 칸에 사육 중이던 곰에게 물려 다쳤으나 치료를 받지 못한 채 10년 넘게 방치됐다. 두 단체는 이 전에도 이 농가를 찾아 곰들의 행동 풍부화를 위해 해먹을 설치하고, 먹이를 지원했다.

구조한 곰들을 옮기는 활동가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소속 수의사들은 곰들을 마취한 뒤 건강검진을 하고 무진동 차량으로 임시보호시설로 이송했다. 구조된 곰들은 앞으로 시민 모금으로 만들어진 새 보금자리에서 새로운 일상을 보내게 됐다. 이 시설에는 곰들이 넓은 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방사장인 ‘곰숲’이 조성되어 있다.

두 단체는 구조된 곰들을 돌보는 데 필요한 비용을 모금하고 있으며 이번에 구조된 곰들의 이름도 공모할 예정이다.

구조 후 임시 보호시설에서 적응 중인 곰의 모습.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는 “정부가 마련하려는 보호시설은 동물원처럼 관광 시설이 될 가능성도 높다”며 “곰의 습성을 최대한 반영하며 보호하는 민간시설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민간이 감당하기에 큰 비용이 드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는 “베트남, 라오스 등 해외에는 이미 모범적인 사육곰 생츄어리 사례가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러한 시설이 가능하도록 많은 분이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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