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X파일]대장동 자금책 '조우형', 박영수와 말 맞춘 정황...검찰은 뒷북 압수수색
① 검찰,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 '조우형' 압수수색...지난해 11월, 뉴스타파 보도 후 6개월 만
② 정영학 녹취록과 수사기록 곳곳에 나오는 '조우형'...2021년 11월, 참고인 조사만 한 차례
③ 2011년 대검 중수부 및 2013년 중앙지검 수사무마 혐의는 빠져...검찰, 또 봐주기 의혹
④ 조우형 측 관계자, "지난해 10월부터 박영수와 조우형이 수시로 연락하며 대책 논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오늘(6일) 오전 천화동인 6호(배당금 282억)의 실소유주인 '조우형'의 사무실과 집을 압수 수색했다. 뉴스타파 보도 6개월 만이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11월 <천화동인 282억 수익 숨긴 대장동 자금책, 검찰은 또 봐줬다>, <정진상 범죄 증언한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1년 전엔 “정진상 몰라”> 등 연속 보도하며 대장동 자금 알선책으로 알려진 조우형이 대장동 업자들과 불법을 공모하고 대장동 사업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들춰냈다.
조우형은 2009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대장동 사업에 필요한 초기 자금을 끌어온 인물이다. 천화동인 6호의 주인은 겉으론 조현성 변호사 명의로 돼 있지만, 실제 소유자는 조우형이다. 검찰은 2021년 10월에 이미 이런 사실을 파악했지만, 조우형을 참고인 자격으로 한 차례 조사하고 풀어줬다.
뉴스타파 보도 후 6개월 만에 압수수색...조우형 측 "박영수와 연락하며 수사 대비"
뉴스타파 보도 6개월 만에 검찰이 조우형에 대한 압수 수색에 나섰지만, 그에게 적용한 혐의는 제한적이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지난해 10월경부터 조우형이 박영수 전 특검과 수시로 연락하며 검찰 수사를 대비해 말을 맞춘 정황이 드러났다. 조우형 측 관계자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박영수를 중심으로 조우형을 비롯한 업자들이 소통하며 말을 맞췄다"고 전했다.
조직적인 증거 인멸을 벌였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검찰의 오늘 압수 수색 영장에는 조우형이 박영수를 변호사로 선임한 뒤, 검찰 수사를 빠져나간 혐의에 대한 부분은 없다.
'정영학 녹취록' 곳곳에 등장하는 조우형...2011년부터 전담 변호인은 박영수
뉴스타파가 지난 1월 공개한 '정영학 녹취록' 곳곳에는 조우형의 이름이 등장한다. 김만배는 "우형이가 어디서 좋은 걸 물어 왔어"라면서 자신은 조우형 덕분에 대장동 사업에 참여했다고 말한다. 녹취록 속 김만배와 정영학은 천화동인 6호의 실소유자가 조우형이라고 수차례 언급하고 있다.
박영수 선임 후 반복된 '검찰 수사 무마' 의혹...조우형 압수수색 영장 혐의에서 빠져
2011년 대검 중수부가 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할 때, 조우형의 변호를 맡은 이가 박영수 전 특검이다. 김만배가 이 둘을 이어줬는데, 당시 윤석열 주임검사가 이끄는 대검 수사팀이 대장동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봐주기 의혹'이 일었다.
조우형은 2012년 시작된 서울중앙지검 수사에서도 처벌을 피했다. 당시 김만배가 고위 법조인에게 로비를 한 정황이 '정영학 녹취록'에 나온다.
또한 뉴스타파가 입수한 40,330쪽 검찰 증거기록에는 박영수 전 특검과 양재식 전 특검보가 자주 등장한다. 여기엔 이들이 대장동 사업 준비 단계부터 업자들과 한 몸처럼 움직인 흔적이 남았다. 이들은 검찰 수사 시작될 때마다 조우형을 변호했고, 조우형은 번번이 처벌을 피했다.
그러나 오늘 검찰이 출입 기자단에 알린 조우형 압수수색 영장 혐의에는 '검찰 수사 무마'와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
'자금 알선책' 아닌 불법의 공범 정황...비자금 조성과 뇌물 상납도 관여
앞서 설명한 대로, 대장동 사업에서 조우형의 역할은 '자금 알선'에만 그치지 않는다.
2014년 남욱은 위례 아파트 시공을 호반건설에 주는 대가로 이면 합의를 맺고, 42억 원대 비자금을 만든다. 2021년 11월 10일 검찰 조사에서 남욱은 "(비자금을) 수표로 받았을 경우에는 조우형이 남대문 쪽에 가서 현금으로 바꿔서 저에게 가져다 줬습니다"라고 진술했다. 비자금 조성과 세탁에 연루된 것이다.
또한 조우형이 공무원 뇌물 상납에 가담한 정황도 '정영학 녹취록'에 나온다.
2013년 8월 27일자 녹취록서 정영학과 남욱은 "조우형이 공무원에게 1억 원의 뇌물을 계좌로 보냈고 이체한 내역도 갖고 있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눈다. 이런 사실을 종합하면, 조우형은 단순한 자금 알선책이 아닌 불법의 공범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검찰은 2021년 11월 24일에 한 차례 조우형을 조사하고 더는 부르지 않았다.
조우형 측 관계자 "지난해 10월부터 박영수와 수시로 연락하며 수사 대책 논의"
최근 조우형과 가까운 측근 A씨가 뉴스타파에 접촉해 조우형이 지난해 10월경부터 박영수와 검찰 수사를 대비해왔다는 내용을 알려왔다. A씨는 "조우형이 박영수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면서 수사 상황을 전해 듣고, 대비책을 상의해왔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이들의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됐다는 지난해 10월은, 유동규와 남욱이 구치소에서 풀려날 즈음이다. A씨는 "조우형이 남욱과도 연락을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A씨의 주장이 사실인지 묻기 위해 박영수 전 특검과 조우형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둘 다 연결되지 않았다.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조직적인 증거 인멸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이들의 통신 내역과 위치 정보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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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형은 누구인가
조우형은 2009년 부산저축은행에서 1,155억 원 대출을 끌어온 인물이다.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친인척이다. 민간 주도의 택지 개발은 땅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사업 성패의 관건인데, 그가 끌어온 대출금이 대장동 토지 계약의 종잣돈이 됐다. 조우형은 대출 알선의 대가로 10억 3천만 원을 챙겼다.
2015년 3월, 대장동 일당이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되기 직전 SK 계열사인 킨앤파트너스로부터 400억 대 투자를 유치한 것도 조우형이다. 킨앤파트너스가 없었다면 대장동 일당의 사업은 좌초될 수밖에 없었다.
두 차례 대장동 자금책으로 움직인 조우형은 2015년 4월 대장동에서 사라진다. 경찰이 뒤늦게 대장동 불법 대출 알선 등을 수사했고, 2015년 10월 수원지법은 조우형에게 2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해 수감된다.
조우형은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2011년 저축은행 비리 사건이 벌어지자, 대검 중수부가 조우형을 불렀다. 당시 수사 실무 총괄을 윤석열 중수2과장이 맡았다. 조우형은 대검에 세 차례 불려갔지만, 대장동 PF대출 건을 수사하지 않았다.
이후 2012년 예금보험공사의 수사 의뢰로 서울중앙지검 조사부가 다시 조우형을 수사했지만, 이때도 처벌을 피했다. 이 두 사건 모두 박영수 전 특검이 조우형을 변호했다. 조우형에게 박영수를 소개한 이가 김만배다.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만배는 조우형 덕분에 대장동 사업에 발을 담가 돈을 벌었다고 말한다.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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