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독점 깨고 등장한 대체거래소…넘어야 할 산 더 많다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한국거래소의 증권매매체결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거래소 인가 절차에 본격 나섰다. 대체거래소 설립 근거가 생긴 지 10년 만이다. 대체거래소 출범으로 주식거래소 경쟁 체제가 시작되면 자본시장 확대, 투자비용 감소 등 선순환 효과를 창출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68년간 한국거래소 독점 체제가 이어졌기 때문에 대체거래소의 메기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새로운 주문유형, 거래서비스도 기대되는 요소 중 하나다. 현재 한국거래소 주문제도는 7가지 주문유형과 2개 주문조건의 조합으로 구성돼 있다. 이미 대체거래소가 자본시장에 오랜 기간 정착돼 보편화된 미국은 252가지 주문제도를 선보이고 있어 서비스의 질적 차이가 큰 상황이다.
매수-매도 스프레드 축소, 거래체결시간 단축, 시장 충격비용 감소 등 암묵적 거래비용 하락과 유동성 증대 효과도 기대해 볼 만하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대체거래소가 시장 간 경쟁을 촉발하고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2021년 말 기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된 대체거래소만 총 62개다. 미국 대체거래소(ATS)의 상장주식 점유율(거래대금 기준)은 2020년 기준 전체 시장의 11.3%에 달한다. 유럽 대체거래소(MTF)는 142개(2020년 기준)로 상장주식 점유율(거래대금 기준)은 전체 시장의 28%를 차지한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의 대체거래소는 주문 정보가 드러나지 않기를 원하는 기관과 외국인 등 '큰손'들이 주로 이용하는 익명거래시장(다크풀) 형태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물론 대체거래소의 등장에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건 아니다. 과도한 경쟁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매매체결 시설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미국에서는 기존 정규거래소 입지가 약화하고 시장이 과도하게 분할되면서 여러 문제점이 나타났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에서 제기되는 지나친 시장 분할과 과도한 경쟁이 초래하는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투자자 주문이 ATS와 고빈도거래(HFT)의 이익 극대화 전략의 희생물로 전락하거나 영리 기업화된 정규거래소들이 공익보다 사익을 추구하면서 다양한 명목으로 거래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체거래소 인가 신청을 금융투자협회 중심의 넥스트레이드만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체거래소의 규제 문턱도 높은 데 사업성에도 한계가 있어 보여서다.
국내 대체거래소는 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식 또는 증권예탁증권(DR)만 매매할 수 있게 돼 있다. 미국 ATS와 유럽 MTF에서는 주식, 비상장주식, ETF(상장지수펀드), 채권, 옵션, 증권화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거래할 수 있다. 최근 증권형 토큰도 거래가 가능하다. 취급 상품에 있어 상장 주식 이외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품 편입이 중요하다.
여러 규제도 걸림돌이다. 국내 대체거래소의 자기자본 요건과 주식 소유 제한에 대한 규제 재검토가 필요하다. 국내 대체거래소 자본금 요건은 매매 체결의 중개 업무만 영위할 경우 투자중개업자로서 최저 자본금 200억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직접 매매 업무도 취급할 경우 투자매매업 인가 요건은 최저 자본금 300억원이다.
미국과 유럽은 별도 설립 요건이 없다. 일본도 설립 요건이 3억엔(31억원)인 것으로 비춰봤을 때 국내 자기자본 요건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용 위험이 없는 매매 체결의 중개 업무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렇게 높은 최저 자본금을 요구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주식 등을 6개월간 정규거래소가 개설하는 증권시장 밖에서 10인 이상의 자로부터 5% 이상 매수 등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공개매수 의무가 있다. 즉 대체거래소에서 경쟁매매를 통해 주식을 매입했다고 해도 기존 정규거래소에서의 보유 비중과 합산해 5%를 초과하는 투자자들은 의무적으로 공개매수를 해야 할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규거래소를 통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ATS에서 거래하기를 꺼릴 가능성이 있다. ATS의 유동성 확보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남 연구위원은 "결과적으로 ATS 도입이 국제적 흐름과 오랜 준비 과정을 감안하면 때늦은 면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매매체결 서비스의 경쟁을 통한 자본시장의 질적 도약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며 "공개매수 관련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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