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비 부담, 커진게 맞아? 아니 양극화.. “절반 이상 주 1회 외식, 20만 원 쓴다”
NIQ CGA, 첫 국내 소비자 행동조사 결과
물가 상승 불구, 럭셔리 소비 양상 여전
개인 가치, 취향 등 영향.. ‘소비 양극화’
“외식 등 장보기 줄거나, 고가 소비 늘어”
고물가 여파 속에 불황이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소비 양극화 양상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씀씀이다 먹는 비용을 줄인다지만, 결국 고가 서비스나 먹거리로 재차 소비가 이어지는 경우가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불황 속 양극화로, 소득이 아니라 개인 취향이나 가치에 따른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외식 트렌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소비자 58%, 주1회 외식.. “전세계 평균 대비 20% 높아”
글로벌 컨슈머 인텔리전스 기업인 NIQ의 외식업체 방문 소비자 조사(On Premise User Survey, OPUS) 결과, 국내 소비자의 90%가 외식업체를 찾아 식사한 경험이 있고, 1인당 월평균 외식 비용이 20만4,000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는 NIQ CGA(Curren Goodden Associates)가 외식 소비에 대한 통찰력을 얻기 위해 매년 2회 진행하는 것으로 글로벌 식음료 업체들이 소비자 행동과 선호도 파악을 위해 활용해 왔습니다.
국내에선 처음 진행한 것으로 연령별, 성별, 전국(서울~제주) 지역별 대표로 구성된 국내 외식업장 방문자 4,000명이 참여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간 외식업체 방문 경험에 대해 질문한 결과 주 1회 이상 방문한다고 답한 이가 58%로 전 세계 평균보다 20%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한식당 선호도 높아.. 프리미엄 주류 등, 추가 구매 의사도
특히 한식당 선호도가 높았고,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모임(42%), 비즈니스 미팅(42%), 간편한 식사(41%) 등 이유로 외식한다고 답했습니다.
식당 내 주류 선호도를 묻는 질문엔 전체 응답자의 3분의 2가 맥주를 선택했고, 다음은 소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소비자가 주류를 선택할 때는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신규 브랜드 또는 흥미로운 브랜드 출시가 자신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비율도 25%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주류 시장에서 프리미엄 술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만큼 ‘프리미엄 주류 구매에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소비자도 47%에 달했습니다.
NIQ CGA 관계자는 “외식 경험 유무 및 빈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한국은 글로벌 주류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전했습니다.
■ 가공식품·공공요금 등 올라.. 외식물가 상승세 계속
우선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주춤한 가운데에도 외식물가는 지속 고공행진 중입니다.
1년 가까이 7% 선을 웃도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밀가루· 주류 등 가공식품과 공공요금 상승으로 인해 제반 비용 부담이 늘어난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외식물가는 지난해 5월(7.4%)부터 7%를 웃돌아, 지난해 연간 상승률만 해도 7.7%로 1992년 10.3% 이래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을 정도입니다.
지난달만 해도 외식물가는 전년 대비 7.4%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주류 역시도 외식가격 오름세에 영향을 미쳐, 지난달만 해도 소주(10.8%), 맥주(9.8%) 등 소비자물가 수준을 웃도는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여기에 30%에 육박하게 뛴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도 경영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소비 양극화 ‘뚜렷’.. 절약 소비, 럭셔리 소비 ‘공존’ 영향
이처럼 물가 상승에 맞물린 경기 위축세 우려에도, 외식 등에 씀씀이가 이어지는건 심화되는 소비 양극화 현상에서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평일엔 최대한 아끼다가도 ‘내 한 끼’는 제대로 즐겨보자는 이른바 ‘응축 소비’가 보편화 양상을 보인다는 얘기입니다.
아낀 자금을 고가 외식에 사용하는 등 절약한 소비를 럭셔리 소비에 쏟는 양상이 짙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초, '국내 5대 소비 분화 현상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고물가와 경기둔화로 소비자의 실질 소득이 감소하자 쓸데없는 지출 규모를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절약형 소비형태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동시에 “극도로 비용을 줄이는 소비 형태와 비용 절감을 바탕으로 초고가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소비 양상이 양립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또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도 지난 2월 앞서 내놓은 '2023년 주목할 외식 트렌드' 에서 키워드로 가장 먼저 불황기 대표적 소비 형태로 ‘양극화’를 제시했습니다.
연구원은 “소득 격차에 따른 소비 양극화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이 ‘짠테크’와 ‘플렉스 소비 성향’을 동시에 갖는게 특징”이라며 “불황으로 초저가 상품과 가성비에 집착하면서도 외식의 횟수는 줄이되 한 번 먹더라도 제대로 먹자는 가치와 함께 프리미엄 외식을 지속하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봄철 여행을 비롯해 외부 활동이 늘면서 수요가 증가했고, 밀을 비롯한 각종 원자재와 가공식품 가격들이 오른게 전반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으로 초절약에 나선 알뜰 소비족이 있다면, 불경기에도 개인적인 사치나 집중된 소비에 나서는 수요층이 공존하면서 외식 소비에 양극화가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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