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부랑 할머니'는 옛말...7080 한국인 80%의 허리는 꼿꼿

국가기술표준원, 8년 만에 고령자 대상 인체치수조사
70~84세 20년 전보다 키 크고 날씬해져
키는 남 2.9㎝, 여 2.7㎝, 몸무게는 남 5.1㎏, 여 1.0㎏ 증가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70∼84세 고령인구가 20년 전에 비해 키가 커지고 날씬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10명 중 8명이 허리와 등이 곧은 '바른체형'으로 동요에 나오는 '꼬부랑 할머니'는 노래 가사에 머무를 듯하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6일 발표한 한국인 70~84세 고령인구의 인체치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년 넘게 우리나라 고령층은 남자와 여자의 평균 키가 각각 2.9㎝, 2.7㎝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을 나타내는 평균 체질량지수는 남자가 늘어난 반면, 여자는 줄었다. 이는 지난해 6∼12월 70~84세 1,014명을 대상으로 키, 몸무게, 다리·팔 길이, 허리둘레 등 360여 개 항목을 조사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한국인 고령자의 평균 키는 남자 165.7㎝, 여자 152.1㎝, 평균 몸무게는 남자 66.8㎏, 여자 56.7㎏였다. 2003년 이후 몸무게는 남자 평균 5.1㎏, 여자 평균 1.0kg 늘었다.

이번 조사에서 처음 도입된 3차원 스캐너로 확인한 인체형상 조사결과를 보면, 허리가 굽지 않고 바로 선 이른바 '바른체형' 비율이 83.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몸통 전체 축이 87도 이하인 '숙인 체형'은 2.8%에 그쳤다. 표준원 측은 "소득수준 향상과 꾸준한 자기관리 등으로 인해 전래동요에 등장하는 숙인 체형의 할머니·할아버지보다는 허리가 꼿꼿한 바른체형의 노인이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

7080 한국인.... 20년 사이 키 크고, 머리는 작아져

그래픽 강준구 기자

머리 수직길이 대비 키의 비율을 나타내는 두신(頭身) 지수는 평균 7.0으로 2014년 6.8에서 높아졌다. 갈수록 신체 길이 대비 머리 길이가 짧은 형태로 체형이 변한 셈이다. 상반신 길이 비율을 나타내는 앉은키 비율은 2014년 남자 52.9%, 여자 52.3%에서 지난해 53.8%, 54.4%로 늘었다.

고령자 전체 측정 대상 3명 중 1명이 비만으로 분류됐다. 남자는 38.3%, 여자는 42.2%로 남자의 비만율이 여자보다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남자의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2003년 23.2에서 꾸준히 늘어 24.3을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여자의 평균 체질량지수는 24.9에서 24.5로 줄었다.

한국인 인체치수 조사는 의류, 생활용품 등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1979년부터 약 5년마다 실시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차원 데이터 사업이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는 제8차 인체치수 조사 차원에서 2014년 이후 8년 만에 실시됐다. 표준원은 "휠체어 등 고령자를 위한 이동·이송 용품과 부상방지 패드, 교정기 등의 의료·헬스케어 용품 등 고령자에게 적합한 고령친화 제품과 서비스 설계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