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깨버릴까?” 고민이 된다면 [부동산 빨간펜]

송진호 기자 2023. 4. 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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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은 ‘내 집 마련의 첫걸음’으로 불리곤 하죠. 청년층·사회초년생 사이에선 어른들이 만들라고 하니까 일단 만들고 보는 것이기도 합니다. 자세한 사용법까진 모르더라도 얼핏 ‘싼값에 집 사는 방법’ 정도로 다들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청약통장을 깨버리는 게 나을지 고민하는 분들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집값이 많이 떨어지면서 ‘로또 청약’에 대한 기대도 줄었고, 청약이 미달되는 단지도 많아서 굳이 청약통장만을 바라볼 필요가 없어진 거죠. 청약이 과연 시세보다 싼값에 집 사는 방법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 금리가 높다는 점도 청약통장 해지를 고민하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은행 예·적금 금리가 연 4~5%로 치고 올라온 상황에서 연 2.1%에 불과한 청약통장 이율을 바라보면 누구나 성에 차지 않을 겁니다. 청약통장에 목돈을 넣어두면 손해라고 느낄 만합니다.

실제로 부동산 하락과 고금리 기조가 자리 잡은 지난해 7월부터 청약통장 가입자가 줄기 시작해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나도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게 나은 건지 고민이 되는 분들과 함께 빨간펜을 들고 살펴볼까요.

Q. 청약통장은 사회인의 ‘필수템’이라던데. 정말 깨버려도 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조건 해지하면 안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청약에 가입한 지 5년 미만으로 당장은 청약 점수가 낮은 청년층은 충분히 해지를 고려해볼 만합니다. 청약통장은 가입 기간이 길수록 높은 점수를 얻습니다. 1년마다 1점씩 올라가는데 가입 15년 이상부턴 똑같은 점수를 받습니다. 내가 집을 사는 때가 한참 미래라고 생각한다면 굳이 끌어안고 갈 필요는 없겠죠.

다만 해지하면 그동안 쌓아온 가입 기간과 납입 횟수는 모두 날아간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나중에 다시 가입하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셈이죠. 그래도 올해부터 전용 85㎡(25.7평)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청약 가점을 따지지 않고 추첨으로만 뽑는 비율이 60%로 크게 높아져서 가점을 잃는 데 따른 불이익은 이전보다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앞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추첨제가 다시 줄어들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www.applyhome.co.kr) ‘청약자격확인’에서 청약통장 가입 기간과 인정 금액을 확인해 자신의 상황에 맞게 판단해야겠습니다.”



Q. 과거 부동산 침체기 때는 어땠나요?

“예전엔 어땠는지 살펴볼까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시작된 부동산 하락기 초반에도 청약통장 해지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당시에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꺾인 데다 기준금리가 4%대를 보이며 청약통장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었죠.

이후 부동산 경기가 회복하고 기준금리가 3% 이하로 떨어지자 청약통장 가입자는 매년 꾸준히 늘어났습니다. 그렇게 지난해 7월 정점을 찍고 최근 부동산 하락기가 다시 찾아오니 이탈자가 대거 발생하고 있는 건데요. 15년 전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만큼 비슷한 흐름을 보일 거라 전망됩니다.

제 주변에도 15년 전 청약통장을 해지한 걸 후회하는 분들도 계시는가 하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Q. 해지까진 아니더라도, 납입 금액을 줄이는 건 어떨까요?

“당분간 납입액을 줄이는 게 방법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흔히 ‘10만 원씩 넣어야 한다’고 공식처럼 알려져 있는데요. 이는 납입 금액이 높을수록 청약에 유리한 공공분양에서 월 10만 원까지만 납입액을 인정해주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10만 원 이상 넣은 개월 수’를 따진다는 겁니다.

그런데 꼭 연달아 같은 금액을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 달에 10만 원을 넣었다고 해서 다음 달에도 10만 원을 넣어야 하는 건 아니란 거죠. 납입액을 줄이고 그 금액만큼 예·적금에 가입한 뒤 향후 예·적금 이율이 내려가면 다시 청약에 10만 원씩 넣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겠습니다.

만약 납입액을 줄인다면 2만 원으로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공공분양과 달리 민간분양에서는 납입액보다 가입 기간이 중요한데요. 청약 가입 최소 금액인 월 2만 원만 유지해도 가입 기간으로 인정되니 그 이상으로 넣을 필요는 없겠습니다.”

4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해 51.7대1 경쟁률을 나타낸 서울 동대문구 ‘휘경자이 디센시아’ 조감도. 규제 완화로 청약 물량 중 60%는 추첨제로 당첨자가 결정된다. GS건설 제공


Q. 청약통장을 해지하지 않고 활용하는 방법도 있나요?

“청약저축에 가입하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사회초년생들도 연말정산에 찍힌 환급액을 보게 되면 소득공제의 중요성을 새삼 알 수 있을 겁니다. 청약통장에 1년간 입금한 금액의 40%만큼 근로소득금액에서 공제받을 수 있단 점은 꽤 매력적이죠. 연 소득 7000만 원 이하 기준을 충족하면 최대 240만 원까지 공제됩니다.

청약통장을 담보로 은행 대출도 가능합니다. 납입액의 90~95%까지 대출이 가능해 통장을 해지하지 않고 목돈을 임시로 끌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해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청약통장 담보대출은 은행마다 사용하는 금리 기준이 크게 다르다 보니 어느 쪽이 유리할지는 잘 따져봐야 합니다.”

Q. 그밖에 청약통장 해지를 고민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하는 점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을 알고 계시나요? 만 34세 이하 연 소득 3000만 원 이하 청년층에게 우대금리 1.5%포인트와 비과세 혜택을 주는 제도인데요. 만약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을 해지하고 다시 가입하려 하는 분들께선 나중에도 나이·소득 등 가입 요건을 다시 맞출 수 있는지 고려해보셔야겠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궁금증이 많을 겁니다. 국토교통부에서도 청약과 관련해 궁금해하실 만한 점들을 정리해뒀는데요. 국토부 홈페이지(molit.go.kr)-정책자료-정책Q&A-주택청약 FAQ 첨부파일을 내려받아 보면 웬만한 궁금증은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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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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