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을 위한 자립 디딤돌 ‘청년안심주택’
[서울&]
‘548 대 1’. 지난해 7월, 강동구에 공급된 역세권청년주택 입주 신청 경쟁률이다. 7가구를 모집하는데 3800여 명이 몰려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년의 주거 안정을 제공하기 위해 서울시가 2017년부터 공급한 ‘역세권청년주택’ 사업이 5년을 맞았다. 역세권청년주택은 도시철도역 350m 이내에 있어 교통·편의시설 이용이 편리한데다 시세 대비 저렴하다고 알려지면서 그동안 매년 최고 경쟁률을 경신하며 큰 인기를 끌어왔다. 서울시는 지난 4일, 갈수록 높아지는 청년주택에 대한 관심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역세권청년주택을 ‘청년안심주택’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먼저, 시는 청년 생활에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주거비’를 줄여주기 위해 임대료와 관리비를 낮출 계획이다. 애초 주변 시세 대비 85~95% 수준으로 공급됐던 ‘민간임대 청년주택’ 임대료를 시세 대비 10%포인트 추가로 내리고 입주자 모집 시점에 근접한 최신 시세를 반영해 임대료를 합리적으로 책정한다. 또 유자녀자, 장애인, 생계형 차량 소유자 등에게만 허용됐던 주차장을 앞으로는 누구나 사용료만 내면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주차장 유료 개방 등에서 나오는 수익을 관리비에 반영해 실질적인 주거비 부담도 덜어줄 예정이다.
무엇보다 기존 역세권청년주택과 ‘청년안심주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업대상지를 ‘역세권’에 한정하지 않는 것이다. ‘역세권’을 도시철도역 인근 ‘350m 이내’에서 ‘250m 이내’로 조정하는 대신 버스 이용이 편리한 ‘간선도로변 50m 내외’를 사업대상지로 새롭게 추가한다. 기존 ‘역세권’ 외에 ‘간선도로변’까지 더해지면서 서울 시내에 청년안심주택을 지을 수 있는 곳이 늘어나 더욱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지하철역이 많지 않아 청년주택 공급에 한계가 있었던 동북권과 서남권의 경우 폭넓게 뻗어 있는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청년안심주택이 활발히 공급될 수 있어 균형 개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혁신적인 건축물을 유도하기 위해 사업면적 2천㎡ 이상 청년안심주택을 건립할 때는 ‘건축 디자인 공모’를 선행하도록 한다. 특히 지난 2월 서울시가 발표한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의 ‘특별건축 공모’에 선정되는 청년안심주택에는 용적률·높이·건폐율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다채로운 디자인을 유도함으로써 도시 경쟁력 또한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입주자를 위한 주거환경도 향상된다. 기존에 20㎡였던 ‘1인가구 최소 주거면적’을 23㎡로 확대한다. 여기에 발코니 등을 확장하면 주거공간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다. 벽지·장판 등 마감재도 고급화한다. 사업자마다 제각각이었던 빌트인 가전은 균등한 품질의 제품이 들어가도록 품질·규격 기준을 제시하고, 가구 형태나 거주자 취향에 맞춰 주거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가변형 평면, 알파룸 등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지역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청년안심주택 사업 초기부터 자치구가 참여하도록 사업절차를 개선한다. 청년안심주택 건립시 키움센터, 문화·체육시설 등 지역에 필요한 편의시설을 우선적으로 주택 커뮤니티 시설에 적용하도록 하고, 자치구 추천 저소득층에 공공임대 우선 입주권을 부여하는 등 지역과 상생하는 청년안심주택으로 운영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 한 언론사가 청년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0% 이상이 청년 세대가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로 ‘주거 불안정’을 꼽았다고 한다. 애초 서울시가 2026년까지 청년안심주택 6만5천 호를 공급하기로 했던 목표를 2030년까지 12만 호로 대폭 확대한 이유다. 청년이 더는 주거 문제로 좌절하거나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지 않도록 서울시는 ‘청년안심주택’이라는 자립의 디딤돌을 차근히 놓아가겠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한겨레 금요 섹션 서울앤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