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 우영우’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 “음악은 제게 전부다”

이강은 2023. 4. 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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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지휘 거장 얍 판 츠베덴과 서울시향 협연 무대 “멋진 연주 들려드릴 것”
“멋진 연주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음악은 제게 전부예요.” 

7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리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사회공헌 음악회에 협연자로 나서는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19·화성나래학교)군의 각오다. ‘서울시향이 드리는 아주 특별한 콘서트’란 제목의 이번 음악회에선  내년 서울시향 음악감독에 취임하는 얍 판 츠베덴(야프 판즈베던·63)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의 지휘로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 1악장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 △라벨 ‘볼레로’가 연주된다. 

발달 장애 청소년으로 ‘음악계의 우영우’로 불리기도 하는 공군은 공연 이틀 전인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주할 멘델스존 곡을 일부 들려준 뒤 “우아하고 감미로운 곡”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에도 서울시향과 두 차례 협연했던 그는 “(협연할 때) 재밌었다. (앞으로도) 여러 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섯 살 때 자폐 스펙트럼 장애 판정을 받은 공군은 초등학생 때 피아노 학원에 다니던 중 우연히 접한 바이올린이 피아노보다 더 재미있어서 빠져들게 됐단다. “바이올린을 하는 게 더 즐겁고, 더 잘해요. 바이올린을 할 때는 좋은 생각이 들고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그는 ‘멋진 연주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즐거운 마음, 편안한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음악하면서 힘들 때는 언제인지 묻자 “힘들지 않습니다. 진짜 없어요(힘들지 않아요). 혼자 4∼5시간 연습해도 괜찮아요”라고 씩씩하게 답했다. 바이올린 외에 좋아하는 건 지휘라면서 평소 카라얀과 바렌보임 등 세계적 지휘 거장들의 연주 영상을 즐겨 본다고 했다.
발달 장애를 가진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군이 5일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에서 시연하고 있는 모습. 서울시향 제공
공군이 멘델스존 협주곡 1악장을 잠시 들려주는 동안 깜짝 등장해 흐뭇한 표정으로 듣던 츠베덴 감독은 “좋은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훌륭한 사람이다. 음악적으로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극찬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츠베덴 감독과 서울시향은 공군과 1시간가량 리허설을 했다. 츠베덴 감독은 자신이 공군을 배려해 템포를 느리게 가져가려고 하자 공군이 “좀 더 빠르게 해달라”고 당당히 요구했다면서 대견하다는 듯 웃었다.

이번 콘서트는 평소 음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해 온 츠베덴 감독이 서울시향에 제안하면서 이뤄졌고, 본인도 무보수로 지휘봉을 잡는다. 그는 1997년 모국 네덜란드에서 아내와 함께 음악치료와 자활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자폐 아동을 돕는 ‘파파게노 재단’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부부의 셋째 아들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자폐를 가진 친구들을 제가 잘 압니다. 아주 순수하지요. 그리고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재능이 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이런 (공연) 기회를 마련해주셔서 참 감사드립니다.”

공군은 츠베덴 감독과의 만남에 대해 “완전 좋았고, 만족스러웠다”며 환하게 웃었다. 리허설 때 떨렸는지에 대해서도 “연주할 때 떨지 않는다”며 “앞으로 열심히 연습하고 많은 곡을 배워서 더 많은 무대에서 연주하고 싶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기자들과 질의응답하는 공민배군.
옆에 있던 엄마 임미숙씨는 아들 사례를 들며 자폐아를 둔 부모들에게 무슨 악기가 됐든 자녀가 음악을 하도록 꼭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악기를 배우면서 아이가 참을성도 좋아지고, 어떤 부분에선 장애가 나아질 수도 있다고 하면서다.
“아들이 음악을 하면서 정말로 모든 것이 좋아졌어요. 그 전엔 이런 공간(서울시향 연습실)에 있으면 가만히 있지도 못했고, 너무 예민해서 귀를 꼭 막고 다녔는데 지금은 귀도 안 막고, 이렇게 눈맞춤도 잘 하지 않습니까. (상태 향상도가) 10점이 만점이라면 0점에서 8점까지는 온 것 같아요. 제가 일 때문에 (퇴근할 때까지) 돌봐줄 데가 필요해 피아노 학원에 보냈고, 바이올린을 배우면 2∼3시간 더 학원에 있을 수 있다고 해서 시켰는데 그게 바로 이 아이를 살렸다 싶어요.” 당시 학원에서 15∼20분 정도의 짧은 레슨 시간이 끝나면 공군은 혼자 남아 몇 시간씩 배운대로 연습했다고 한다. 그러다 6학년 때 재능이 있음을 알고 바이올린을 본격적으로 배우게 된 공군은 음악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전국장애인콩쿠르 대상(2017), 한국 클래식 콩쿠르 대상(2020), 전국 학생 온라인 콩쿠르 대상(2021) 등을 받았다.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차기 음악감독.
서울시향의 사회공헌 프로젝트인 ‘행복한 음악회, 함께!’를 통해 공군을 지도해 온 서울시향 최해성 단원(제1 바이올린)은 “민배 군을 가르치면서 오히려 배우는 게 더 많다”며 “너무나 순수한 영혼이다. 우리가 이 친구들에게 배우는 게 더 많다”고 말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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